[인터뷰] '주키드' 주희정, "모두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2.04.27 14: 55

이적한 지 3시즌이 지났다. 괜히 미안한 마음만 크다. 지난 시즌 성적만 놓고 본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그의 의지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팬들에게 미안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각오다. 주희정(35, 서울 SK) 이야기다.
KGC인삼공사가 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 SK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또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초반의 기세는 무서웠다. 기대 이하의 외국인 선수라고 평가받던 알렉산더 존슨은 '더블-더블' 제조기로 골밑을 장악했다. 또 신인 가드인 김선형이 가세하면서 신바람 나는 농구를 펼쳤다.
하지만 여느해와 마찬가지로 SK는 부상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골밑의 핵심인 존슨이 빠진 자리를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 대체 선수로 들어온 선수들은 기대 이하의 활약이었고 선수들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6일 팀 훈련을 마친 뒤 만난 SK의 최선참인 주희정은 미안하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난 시즌에도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봉에 비해 저효율이라는 비난을 받지만 주희정은 SK에서 없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당연하다.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능력과 타이트한 위기 상황에서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희정은 지난해 11월 23일 전주 KCC와 경기서 올 시즌 국내 선수 가운데 첫 번째 트리플 더블을 기록했다. 10득점과 11리바운드 그리고 10도움을 올리면서 자신의 건재를 스스로 증명했다.
당시 주희정은 궂은 일부터 시작했다. 존슨과 김선형 등이 득점에 집중할 때 리바운드와 도움을 차곡차곡 쌓았다. 3쿼터까지 3득점밖에 기록하지 않았던 그는 팀 승리가 사실상 결정된 경기 막판에 득점에 집중하며 트리플 더블에 성공했다.
이처럼 주희정은 프로생활을 하는 동안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역대 국내 선수로는 가장 많은 트리플 더블(8회)을 기록했을 정도로 다재다능한 그는 SK 이적 후 성적을 내지 못했다.
"SK에 발을 내디딘 후 구단 및 팬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그것 하나뿐이다. 개인 성적은 중요하지 않으나 팀 성적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팬들에게는 지난 시즌에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굳은 약속을 했는데 또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한 점이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SK는 최근 매 시즌 초반 출발이 좋았다. 선수들의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고 단결도 잘 됐다. 하지만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면서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고 말았다. 핵심 선수들의 부상은 성적과 직결됐고 홀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았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후배들의 노력이 빛이 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을 마친 후 주희정의 개인 성적은 팀 내에서 상위권이었다. 의아했다. 출전 시간도 많지 않았음에도 기록이 나온다는 것이 이상했기 때문. 그래서 후배들에게 미안했다. 개인 성적에 대한 미련이 없어진 지 오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
그는 "기대하지도 않았던 성적이 나와서 이상하다. 개인 기록에 대해서 지난 시즌에는 정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도 잘 나왔다는 것은 후배들이 도와줬기 때문이다. (김)선형이 (변)기훈이와 골밑에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던 후배들의 힘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미안함을 전했다.
하지만 다시 뛰겠다는 의지는 강했다. 저효율에 대한 비난을 성적으로 이겨내겠다는 말이다. 그만큼 팀 플레이로 펼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선 수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개인 기록에 대해서는 더이상 개의치 않는다. 팬들에게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것이 1년 미뤄졌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내년 이맘 때는 이런 후회가 없을 것"이라고 강한 다짐을 내놨다.
주희정은 KBL서 소중한 존재다. 개인최다 어시스트(4654)와 스틸(1291)의 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그가 뛰면 기록은 새롭게 변한다. 그러나 그는 팀이 빛나기를 원한다. 그것이 선수 생활을 서서히 마무리하고 있는 그의 머리 속에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는 최고의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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