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에이스로 올라서지 못하더라도 마운드에 서 있는 것만으로 그에게는 뿌듯한 순간이다. KIA 타이거즈의 대형 우완 김진우(29)가 선발 로테이션에서 기회를 얻고 있는 데 대한 기쁨을 순박한 웃음과 함께 이야기했다.
김진우는 지난 26일 광주 한화전에 선발로 나서 상대 에이스 류현진과 대결했으나 4⅔이닝 6피안타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고 말았다. 이에 앞서 김진우는 지난 15일 LG전서 5이닝 5피안타 2실점을 기록하며 어느 정도 선발로서 제 몫을 하기도 했다. 김진우의 올 시즌 성적은 2경기 1패 평균자책점 4.66(27일 현재)이다.
평범한 성적표로 보여도 김진우가 누구인지 떠올려보면 결코 평범한 성적이 아니다. 2002년 광주 진흥고를 졸업하고 당시 신인 최고 계약금이던 7억원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 첫 해부터 12승을 거두는 등 2006년까지 세 차례 한 시즌 10승 이상을 거뒀던 타이거즈 주축 투수 김진우였다.

그러나 김진우는 잇단 부상에 이은 팀 이탈로 인해 2007시즌 중 임의탈퇴되었고 2010년 말에 우여곡절 끝 복귀하기 전까지 제대로 된 실전을 치르지 못했던 투수다. 지난 시즌 중 1군에 복귀해 10경기 1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5.19를 기록한 김진우는 올 시즌 초반 선발 투수로 기회를 얻고 있다.
27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김진우는 "특별한 감회나 그런 것은 없다. 그저 팀에서 기회를 주시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라며 웃었다. 그래도 그리던 마운드에 다시 선발로서 많은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표정이었다.
공백이 길었던 데다 전지훈련 도중 어깨 통증으로 인해 중도 귀국하기도 했던 김진우. 그만큼 단순한 등판 만이 아닌 던지고 난 다음날 몸 상태도 체크해봐야 한다. 다행히 김진우는 '모든 선발들이 등판 다음날 느끼는 근육 뭉침 정도다'라며 해맑게 웃었다.
"그런 기분 있잖아요. 근육이 뭉치기는 했는데 기분이 좋은 느낌. 지금 몸 상태는 그 정도에요. 괜찮습니다". 그립던 마운드에 다시 서며 힘차게 팔을 휘두른다는 것. 지금의 김진우에게는 그것이 가장 뜻 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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