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화 감독, '얄미운' 박석민과 숨바꼭질한 사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4.27 18: 09

"감독님 문은 왜 잠구셨어요?".
한화-삼성전이 열린 지난 22일 청주구장. 경기 전 감독실에서 그라운드 밖 선수들을 지켜보던 한화 한대화 감독은 반대편 덕아웃에서 다가오는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재빠르게 방문을 걸어잠갔다. 이어 창문도 닫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감독실 의자를 창문 반대편으로 돌린 뒤 의자 안으로 보이지 않게 몸을 숨겼다. 삼성 내야수 박석민(27) 때문이었다. 
박석민은 거침없이 감독실로 들이닥쳤지만 이미 문이 잠궈진 상태. 하지만 이에 아랑곳할 박석민이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감독실 바깥으로 나가 창문을 열어 한 마디 외쳤다. "감독님 문은 왜 잠그셨어요?". 소스라치게 놀란 한 감독은 "빨리 가"라는 말만 할 뿐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한 감독과 박석민 사이에는 유별난 징크스가 하나 있다. 박석민은 한화와 경기를 치를 때면 경기 전 꼭 한 감독을 찾는다. 한 감독의 오른손을 잡아야 경기가 잘 풀린다는 믿음 때문이다. 한 감독과 박석민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6년간 삼성에서 코치와 제자로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다. 한 감독은 박석민을 아꼈고, 박석민도 한 감독을 잘 따랐다.
한 감독이 한화 사령탑이 된 뒤에는 이처럼 유별난 징크스가 생겼다. 한화와 삼성이 경기를 할 때에는 한 감독과 박석민이 한바탕 숨바꼭질을 벌인다. 올해도 첫 3연전부터 예외 없었다. 3연전 첫 날 한 감독은 삼성 송삼봉 단장과 감독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박석민이 들어와 "청주에 왔으니 홈런 4개는 치고 가야 한다"며 기어이 한 감독의 오른손을 잡았다. 
한화와 2경기에서 박석민은 7타수 3안타 타율 4할2푼9리 2홈런 3타점 4득점 2볼넷으로 맹활약하며 한 감독에 비수를 꽂았다. 광주 원정에서 KIA를 상대로 4연패 탈출과 함께 올 시즌 첫 연승에 성공한 한 감독은 27일 청주 넥센전을 앞두고서야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한 감독은 "팀도 지고 열받아 있는 상태에 박석민까지 그러더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리면서도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녀석"이라며 제자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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