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 선두' 프록터,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4.28 07: 00

"내가 세이브 1위가 되었다고? 하하, 멋진 경기에서 세이브를 따내서 더 값진 것 같다".
대부분의 단체 스포츠가 그렇듯 야구도 굉장히 상호 보완적인 스포츠다. 에이스가 호투해도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 승리를 따내지 못한다. 활발한 타격을 보여줘도 투수진이 버티지 못하면 결승타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마무리투수로 리드 상황을 접하지 못하면 그냥 개점 휴업해야 한다. 세이브 부문 공동 선두로 나선 두산 베어스 마무리 스캇 프록터(35)가 제 어깨를 으쓱하기 보다 동료들의 경기력에 찬사를 보내는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프록터는 지난 27일 잠실 KIA전서 2-0으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 1볼넷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올리며 시즌 5세이브째(27일 현재)를 올렸다. 올 시즌 6경기 5세이브 평균자책점 1.50을 기록 중인 프록터는 이날 세이브로 레다메스 리즈(LG)와 함께 세이브 부문 공동 선두에 올랐다.

특히 27일은 마무리 보직에 부담을 느꼈던 데다 제구 난조로 인해 평균자책점이 13.50까지 치솟은 리즈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날이다. 리즈는 1군 복귀 시 마무리가 아닌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예정이라 프록터는 앞으로 리즈가 아닌 오승환(삼성), 김사율(롯데, 이상 4세이브, 공동 3위), 정우람(SK), 손승락(넥센, 이상 3세이브, 공동 5위) 등과 치열한 세이브 경쟁을 펼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후 만난 프록터는 '오늘(27일) 세이브 부문 1위에 올랐다'라고 전하자 "정말인가"라며 밝게 웃었다. 뒤이어 프록터는 자신이 어떻게 던졌는지를 이야기하는 대신 자신이 부담없이 세이브를 올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팀과 선수단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세이브 1위가 되었다는 것보다 멋진 경기를 이겼다는 점이 선수단 일원으로서 정말 기쁘다. 내가 정말 좋은 팀에 뛰고 있는 것 같다. 상대 선발 투수(서재응)가 호투했으나 우리 선발 이용찬도 그에 못지않게 훌륭한 투구를 펼치며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그리고 7회 우리 주장(임재철)이 클러치 히터로서 결승 홈런을 때려냈다. 나는 자랑스러운 좋은 팀에서 뛰고 있다".
자신의 세이브 개수보다 좋은 경기를 승리한 팀의 일원이 된 것을 더욱 기뻐한 프록터였다. 계약 당시 상대적으로 높은 이름값으로 인해 국내 팀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 지 우려를 낳기도 했던 프록터였으나 그는 어느덧 투수진의 형님급 선수 중 한 명으로서 개인이 아닌 팀원 전체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인물로 자리잡았다. 한 투수는 "외국인 투수라기보다 파란 눈의 형 같다"라며 프록터의 팀 융화력을 높이 평가했다.
"젊고 실력있는 선발 투수들이 있고 내 앞의 계투진도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찬스에서 결정력을 내뿜는 타자들과 함께 뛰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해도 그 덕분에 내가 세이브 선두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1차 전지훈련에서 만났을 때 프록터는 "두산에서 영입 오퍼가 왔을 때 사실 이름을 생전 처음 듣는 팀이었다. 그래서 이 팀에 순조롭게 적응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라고 솔직하게 밝혔던 바 있다. 그리고 두 달여가 지난 현재 프록터는 어느새 팀원들의 실력을 높이 평가하고 자신의 세이브를 도와준 그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아끼지 않는 '진짜 동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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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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