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니까 기분좋지".
LG 투수 유원상(26)의 아버지로 잘 알려진 유승안 경찰청 야구단 감독은 연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천안 북일고 에이스 출신 유원상은 2006년 한화 입단 당시 5억5000만원의 계약금을 받을 만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고교 투수 랭킹 1,2위를 다툴 만큼 빼어난 활약을 했던 그는 더딘 성장 속에 아마 시절의 명성을 이어가지 못했다.

만년 기대주에 머물렀던 그는 지난해 LG로 이적한 뒤 전환점을 마련했다. 유원상은 겨우내 각고의 노력 끝에 LG의 필승 계투요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김기태 감독은 위기 상황에 처할때면 주저없이 유원상 카드를 만지작 거릴 만큼 전폭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26일 롯데와의 2군 경기가 열린 김해 상동구장에서 만난 유 감독은 "분명히 좋아졌어.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열심히 한 덕분에 한 단계 올라갔다"고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예년보다 나아졌지만 아버지의 눈에는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유원상은 26일 잠실 넥센전서 6-1로 앞선 8회 벤자민 주키치를 구원 등판했으나 박병호(넥센 내야수)에게 좌월 투런포(비거리 120m)를 허용하는 등 3실점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했다. 결국 LG는 7-9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날 TV 중계를 통해 유원상의 투구를 지켜봤던 유 감독은 "힘센 4번 타자에게 힘으로 밀어 부친 건 무리였던 것 같다. 힘이 동등하다고 느껴도 무기(방망이를 의미)를 든 타자를 이길 순 없다고 본다. 슬라이더, 슬로 커브 등 변화구를 효과적으로 쓰지 못한 것 같는 생각이 든다"고 조심스레 견해를 밝혔다.

야구 선수들에게 강한 정신력을 강조하는 유 감독은 "원상이가 실실 웃으면서 마운드에 오르더라. 투수라면 누구나 마운드에 오를때 비장한 각오로 나서야 한다"면서 "아무리 자신감이 가득 하더라도 웃는 얼굴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아버지의 바람이 통한 것일까. 유원상은 27일 사직 롯데전서 완벽투를 선보이며 LG의 2연패 탈출에 힘을 보탰다. 8-10으로 뒤진 롯데의 6회말 공격. 1사 1,3루 실점 위기에 처한 LG 벤치는 유원상을 긴급 투입했다. 그는 홍성흔과 박종윤을 연속 삼진으로 제압하는 등 2⅔이닝 무실점(2피안타 3탈삼진)으로 완벽히 잠재웠다.
이날 부산 원정 숙소에서 TV 중계를 통해 아들의 투구를 지켜봤던 유 감독은 그야말로 아빠 미소를 짓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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