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북의 에닝요!".
지난 2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10라운드 광주전에서 오랫만에 골을 넣은 전북 외국인 선수 에닝요는 특별한 세리머니를 실시했다.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그대로 골을 선사한 뒤 세리머니를 통해 더욱 큰 환호성을 이끌어 낸 것.
이날 경기서 컨디션 조절을 위해 선발 출장하지 않았던 에닝요는 후반 8분 이승현과 교체되어 그라운드에 나섰다. 2-1로 팀이 쫓기고 있는 상황에서 에닝요는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면서 전북으로 주도권을 이끌었다.

에닝요는 후반 25분 김정우가 유도한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세차게 광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골 맛을 본 에닝요는 그대로 전주성 N석으로 달려가 유니폼을 걷은 후 팬들에게 등을 보였다. 바로 전북팬들이 선물한 '필승'이라는 글자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지난 3월 3일 성남과 K리그 개막전 이후 골 맛을 보지 못했던 에닝요는 누구보다 기뻐했다. 그러나 그 기쁨을 팬들과 꼭 같이 하고 싶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에닝요의 컨디션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전북팬들은 경기 하루 전인 26일 봉동숙소를 찾아 에닝요에게 특별 주문한 언더셔츠를 선물했다. 전북 서포터의 한 모임인 ‘유니디노’에서 진행하는 ‘필승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
앞면에는 '내가 바로 전북의 에이스 에닝요!'라고 쓰여있고 뒷면에는 한자로 '필승(必勝)'이 프린트 되어 있었다. 하지만 에닝요는 팬들이 전해준 것을 입을 수 없었다. 사이즈가 작아 도저히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
결국 전북팬들은 제대로 된 사이즈의 언더셔츠를 다시 구매해서 에닝요에게 선물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프린트 된 것이 아니라 직접 팬들이 손으로 글을 써 넣었다. 또 시간이 촉박해 뒷면에 필승을 한글로 써 넣었다.
에이전트를 통해 팬들이 보낸 선물의 의미를 알게 된 에닝요는 앞면을 보여주는 것을 꺼려했다. 자신은 전북의 에이스가 아니라 그저 보탬이 되는 선수라는 것. 결국 에닝요는 팬들에게 자신의 등에 써 있는 '필승'만 보여줬다. 그러나 유니폼을 벗는 과정에서 앞면까지 드러나면서 사진기자들의 앵글에 잡혔다.
경기장을 빠져 나오면서도 에닝요는 앞면을 보여주는 것을 꺼려했다. 그는 "노노노"를 외쳤다. 하지만 뒷면은 직접 보여주면서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전북 구단 관계자는 "조성환에게 '필승' 주장 완장에 이어 에닝요에게까지 팬들이 중요한 선물을 선사했다. 어느 때보다 팬들의 성원이 대단하다. 선수들도 팬들의 선물에 힘입어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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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