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안타, 팀이 이기지 못해 마음껏 기뻐하지는 못하겠네요".
어떤 경험이던지 '처음'이란 사람들의 뇌리속에 남아있기 마련이다. 부모와 떨어진 첫 등굣길은 아이의 기억 깊은곳에 자리잡기 마련이고, 첫 사랑은 평생 품고 살아갈 소중한 기억이다. 야구선수에겐 첫 안타가 그러한 의미다. 선수생활동안 2318개의 안타를 기록한 양준혁이지만 첫 안타를 친 1993년 4월 10일 쌍방울과의 대구 경기를 잊지 못할 것이다.
이제 프로에 발을 막 내딛은 또 한명의 타자가 프로데뷔 첫 안타를 기록했다. 바로 신인포수 윤여운(22)이 그 주인공이다. 광주일고-성균관대를 나온 윤여운은 올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롯데에 9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대학시절 1학년 때부터 주전포수 자리를 꿰차며 대학리그 최고의 수비형 포수로도 관심을 모았던 게 바로 윤여운이다.

27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는 화끈한 타격전이 벌어졌다. 이날 양 팀은 안타 37개를 주고받는 공방전 끝에 LG가 롯데에 20-8로 대승을 거뒀다. 동시에 롯데는 지난 일주일간 지켜오던 선두 자리를 두산에 넘겨주고 2위로 내려왔다.
점수가 14-8로 벌어진 7회, 롯데는 안타를 치고 출루한 강민호 대신 대주자 윤여운을 투입했다. 최근 쉴새없이 출장하고 있는 주전포수 강민호의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강민호를 대신해 들어간 윤여운은 2이닝동안 포수 마스크를 쓰고 수비를 한 뒤 9회 1사 후 첫 타석에 들어섰다. 윤여운은 LG 투수 봉중근의 3구를 잡아당겨 좌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만들어냈다. 프로데뷔 첫 안타였다.
경기가 끝난 뒤 OSEN과 가진 통화에서 윤여운은 아직 첫 안타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였다. 안타 상황에 대해 그는 "봉중근 선배님이 최근에는 직구 승부를 많이 하셔서 직구 타이밍을 잡고 나왔다. 볼카운트 1-1에서 생각하지 않았던 체인지업이 들어왔는데 약간 실투성으로 들어와서 2루타가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프로데뷔 첫 안타는 구단에서 공을 챙겨주기 마련이다. 그러면 선수는 공에 날짜를 새긴 뒤 개인적으로 보관한다. 윤여운의 공은 강민호가 따로 챙겼다고 한다. 그는 "첫 안타 축하한다고 말해준건 홍성흔 선배님이다. 그리고 2루타 치고 나갔을 때 '공 챙겨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마침 (강)민호형이 공을 챙겨줬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장성우의 입대로 롯데는 백업포수 자리가 비었고,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동안 이동훈, 김사훈, 변용선 등이 윤여운과 함께 자리싸움을 벌였다. 결국 1군에 남은 건 윤여운이다. 그렇지만 윤여운은 아직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강민호가 수비이닝 122이닝, 윤여운은 5이닝으로 거의 짐을 덜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 윤여운은 "민호형이 '좀 더 게임에 많이 나와라'고 격려도 해 주시고 욕심도 나는데 아직 감독님께 신뢰감을 드리지 못했다"면서 "최기문 코치님께 더 많이 배워야 한다. 고생하는 민호형에게 미안할 뿐이다"라고 결의를 다졌다.
윤여운의 올 시즌 목표는 소박하면서도 쉽지만은 않다. 바로 한 시즌동안 1군에 머물면서 백업포수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는 "2군에 좋은 기량을 가진 선배님들이 기다리고 있다. 한 시도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면서 "아직 난 모든 기량이 부족한 포수다. 대학과 프로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로서는 여러모로 씁쓸한 뒷맛이 남는 경기였지만 그 와중에도 낱알 하나는 싹울 틔웠다. 모두들 양 팀의 스코어에만 주목하는 가운데 데뷔 첫 안타로 진정한 프로무대 신고식을 한 윤여운이 어떻게 성장해 나갈까. 이 또한 올 시즌 롯데 야구를 보는 이들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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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