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유망주에 그칠 것 같았던 파워피처. 하지만 변화를 발판으로 마침내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LG의 우완투수 유원상(25)이 연일 철벽투를 펼치는 중이다. 유원상은 27일 사직 롯데전 6회말 실점위기에서 등판, 홍성흔과 박종윤을 삼진으로 처리해 팀 승리의 기틀을 마련했다. 롯데 타선이 6회말 무려 5점을 몰아치며 경기 흐름을 바꿨지만 유원상이 이를 다시 잠재웠다. 유원상의 2⅔이닝 무실점 호투 속에 LG는 7회초 다시 타선이 폭발하며 20-8 대승을 거뒀다.
유원상 입장에서도, 그리고 LG 팀 입장에서도 의미 있는 승리였다. 유원상은 27일 넥센전 이전까지 평균자책점 ‘0’ 행진 중이었다. 그러나 박병호에게 투런홈런을 맞은 것을 비롯해 3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올 시즌 처음으로 실점했다. LG도 마무리 리즈가 흔들리며 2점차 리드를 지키기 못하고 악몽 같은 2연패에 빠졌다.

선두 롯데와 맞붙는 만큼 악몽은 이어질 것 같았지만 유원상도 LG도 나쁜 기억을 빨리 씻어냈다. 유원상은 다시 호쾌한 정면승부로 무실점 투구를 했고 LG 타선도 맹타를 휘두르며 롯데 마운드를 침몰시켰다. 유원상과 LG 모두에 가치 있는 호투와 승리였다.
올 시즌의 활약 때문일까. 유원상의 평소 모습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구단 관계자까지 “이렇게 밝은 선수인줄은 몰랐다”며 지난 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유원상이 이제는 팀에 잘 녹아들고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유원상 스스로도 지난날을 돌아보며 “한화 시절에는 조급한 마음이 있었다. 빨리 마운드에 올라가서 무언가를 보여줘야만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고 그만큼 여유를 갖지 못했다. 작년 LG에 오면서 바로 실전에서 뛰는 게 아닌 2군에서 여유를 찾으며 전반적인 투구폼을 교정한 게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명석 투수코치는 유원상에 대해 “기본적으로 좋은 신체조건과 좋은 볼을 지닌 투수다. 하지만 마운드 위에서 쳐지는 인상이 강했고 투구폼도 지나치게 크게 형성됐었다. 기본적으로 몸을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어보였다. 팔스윙을 좀 더 짧게 가져가고 빠른 템포로 투구에 임해 리듬감을 살리라고 강조했는데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고 구위도 많이 좋아졌다”고 호투 원인을 밝혔다.
유원상 역시 “투구시 팔 스윙과 각도를 줄이면서 오히려 밸런스가 맞고 공의 스피드나 볼끝, 움직임 등이 더 좋아졌다”며 “작년 마무리 훈련부터 투수코치님들과 함께 변화를 꾀했고 지금도 그 과정에 있다. 아직 100% 완성된 단계는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좋아질 것이다”고 변화와 함께 부쩍 늘어난 자신감을 드러냈다.
불펜 보직에 대해서도 전지훈련이나 시즌 초 선발투수에 대한 미련을 보였던 것과는 다르게 “불펜 투수의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 중간에 나와서 막아주는 역할도 팀을 위해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패나 블론세이브 같은 나쁜 쪽 숫자는 계속 0으로 두고 싶다”고 확실한 동기부여를 바탕으로 분명한 목적의식을 보였다.
현재 LG의 마무리 자리는 공석이다. 올 시즌 앞두고 외국인 강속구 투수 레다메스 리즈를 마무리 투수로 전환시켰지만 리즈는 평균자책점 13.50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기면서 2군행을 통보 받았다. 리즈는 2군 등판을 거쳐 다시 선발진에 합류할 예정이다.
물론 유원상에게 마무리 보직이 주어질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일단 지금까지 유원상은 LG 불펜진에서 가장 많은 이닝(9경기 13⅔이닝)을 소화함과 동시에 이상열과 함께 1점대 평균자책점(1.98)으로 불펜진의 중심을 잡고 있다. 표본은 적지만 탈삼진 9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3개였다. 앞으로 어느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던 유원상의 진가는 이제부터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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