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할 타자’ 이병규, '7번의 저주' 깨뜨리나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4.28 07: 03

LG 이병규(7번)가 타율 4할1푼을 기록하며 부상으로 시작된 지난해의 악몽을 떨쳐내고 있다.
이병규는 27일 사직 롯데전에서 5타수 4안타 2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타율을 수직 상승시켰다. 한화 김태균과 롯데 홍성흔에 이은 타율 부문 리그 3위로 올라섰고 연속 안타행진도 9경기로 늘렸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전부터 이병규의 잠재력을 인정했고 이병규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2010시즌에는 타율 3할 12홈런으로 LG 막강 좌타라인의 계보를 이어갈 타자로 꼽혔다. 작은 체구지만 ‘큰’ 이병규 못지않은 컨택 능력에 한 방까지 보여준 이병규는 당시 포화상태였던 외야 경쟁에서 당당히 승리하여 붙박이 1군 선수로 올라섰다. 

하지만 2011시즌 더 높은 곳을 향한 도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상이 이병규의 발목을 잡았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청백전에서 외야 수비를 보다가 오른 무릎 부상을 당해 중도하차하고 만 것이다. 결국 이병규는 8월말에나 1군에 합류했고 완벽한 컨디션을 찾지 못한 채 타율 2할5푼에 그쳤다. 
이병규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재활조에 편성되어 100% 컨디션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전지훈련 기간에는 같은 장소에서 작년의 악몽을 씻어내고 1루수로 포지션 변화를 꾀했고 감량을 시도했다. 전지훈련을 마치고 약 10kg가 줄어들었고 아마추어 시절과 2군 경기 경험을 바탕으로 1루수 포지션 변경도 부드럽게 이뤄졌다.
등번호에도 변화를 줬다. 기존의 24번 대신 7번을 선택, LG 프랜차이즈를 대표하는 좌타자 김재현의 번호를 달았다. 사실 김재현 이후 LG에서 7번을 단 선수들은 자신의 재능을 살리지 못한 채 번호를 바꾸거나 팀을 떠났다. 베테랑 투수 김광삼이 타자로 전향했을 때 7번을 달았지만 김광삼은 다시 투수로서 마운드를 밟고 있다. 2009시즌 MVP KIA 김상현도 7번을 달던 LG 시절에는 2군 무대에서만 자신의 잠재력을 뽐냈다. 오지환도 2010시즌 최다 실책과 최다 탈삼진의 불명예을 안았고 2011시즌에는 부상으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벌써부터 이병규가 김재현의 뒤를 잇는 특급 좌타자가 되리라 예측하는 것은 이르다. 하지만 이병규는 기존 LG의 좌타자가 지니지 못한 선구안과 출루율을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LG 타자들이 타율에 비해 출루율이 낮지만 올 시즌 이병규의 출루율은 4할7푼7리로 팀에서 가장 높다. 처음으로 3할 타율을 달성했던 2010시즌에도 출루율이 3할8푼9리에 달했고 부진했던 지난 시즌도 출루율은 3할8푼7리였다.
타격 슬럼프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지만 선구안에는 슬럼프가 없다고 한다. 이병규는 전지훈련 동안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올 시즌을 기대하셔도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병규의 진념과 재능이 올 시즌 내내 빛날 수 있을지, 그리고 동시에 등번호 7번의 저주도 깨질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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