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석 달 앞둔 한국 양궁이 새로운 규칙과 환경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까.
양궁대표팀은 오는 5월 1일부터 6일까지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2차 양궁 월드컵 참가를 위해 28일 출국한다.
출국을 하루 앞두고 태릉 선수촌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대표팀을 찾아 매서운 눈초리로 선수들을 응시하고 있던 장영술(52) 총감독을 만났다.

▲ 최대 변수는 새로운 '규칙-환경'
장영술 총감독은 '세트제의 변화에 따른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며 새로운 규칙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양궁은 2012 런던 올림픽부터 새로운 규칙에 의해 경기가 진행된다. 과거 정해진 발수의 총점이 높은 선수가 다음 라운드로 진출했던 것과는 달리 총 5세트(1세트 3발)의 세트제로 바뀐 것. 한 세트마다 승리 시 2점, 무승부 시 1점, 패할 시 0점을 부여해 총 6점을 먼저 획득하는 선수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만약 5세트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할 경우 슛오프(1발을 발사해 높은 점수를 쏜 쪽이 승리, 동점이면 중앙에서 더 가까운 쪽이 승리)를 통해 승자를 결정한다.
런던의 새로운 환경과 궂은 날씨도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런던은 비바람이 잦은 도시이고 양궁 경기가 열리는 로즈 크리켓 경기장은 야구장과 구조가 비슷해 다소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
하지만 한국은 세계 최강답게 이러한 변수에도 만반의 준비를 했다. 장 감독은 "날씨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연습을 하고 있다"며 "런던에서 겪게 될 만한 똑같은 상황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궁 국가대표 1~3차 선발 평가전을 경남 남해공설운동장과 충북 진천선수촌(야구장)서 치렀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세심한 배려였다.
장 감독은 "종전 올림픽 때 관중들이 많은 야구장에서 훈련이 효과가 컸다"며 "조만간 야구장에서 다시 훈련을 할 계획이다. 경기장을 물색 중이다"고 말해 많은 관중들이 들어차는 올림픽 경기장과 흡사한 장소에서 훈련할 것임을 밝혔다.

▲ '경험 부족'도 걱정 없다
양궁 대표팀 8명의 선수 중 올림픽 무대를 밟아 본 선수는 단 2명. 지난 2004 아테네 올림픽과 2008 베이징 올림픽 단체전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임동현(청주시청)과 2004년에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를 따냈던 이성진(전북도청)이 그 주인공.
나머지 선수들은 올림픽 무대가 낯설기만 하다. 김법민(배재대 3)은 대표팀 선발조차 이번이 처음이고, 최현주(창원시청)는 지난 1차 월드컵 대회가 국제 대회 첫 번째 참가일 정도로 경험이 부족해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
하지만 장 감독은 이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장 감독은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했던 선수들이 경험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올림픽은 4년에 한 번씩 열리기 때문에 선수들이 경험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고 선을 그은 뒤 "김법민은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다른 선수들 대부분도 국제 대회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며 국제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선수들에게 신뢰감을 나타냈다.
▲ '런던행 티켓'을 잡을 주인공은 누구?
2차 월드컵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는 남녀 각 4명으로 총 8명이다. 하지만 이들 중 런던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는 선수는 6명. 아쉽게도 2명의 선수는 짐을 싸야 한다.
1~3차 선발 평가전 점수(40점)와 1차 월드컵 성적(20점), 2차 월드컵 성적(20점)을 모두 합산한 80점 만점의 점수에 의해 6명의 주인공이 가려진다.
현재 여자부서는 1차 월드컵 개인전서 우승을 차지한 기보배와 선발 평가전 총점 1위의 이성진의 발탁이 유력한 가운데 남은 한 자리를 놓고 최현주와 장혜진(LH)이 치열하게 다투는 양상이다.

1차 월드컵서 모두 부진했던 남자부는 선발 평가전 점수 1, 2위를 차지한 오진혁(현대제철)과 김법민이 조금 유리하지만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을 노리고 있는 임동현과 지난 2011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김우진(청주시청)이 이들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어 2차 월드컵 성적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어 질 수 있는 상황.
장 감독도 "아직은 2명의 탈락자를 예상할 수 없다. 선수들의 점수 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2차 월드컵이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며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선발 평가전과 1차 월드컵의 점수는 이미 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2차 월드컵 대회가 끝나는 내달 6일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될 최후의 6명이 가려지는 셈.
이제 이들은 런던행 티켓을 잡기 위한 '마지막 전쟁'을 위해 활 시위를 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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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술 총감독(위), 기보배-이성진(중간), 오진혁 / 대한양궁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