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선수들이 즐기는 제기차기의 효능은?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2.04.28 10: 03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SK에는 흥미로운 훈련법이 많다.
타자들의 경우 몸쪽부터 바깥쪽으로 1~5 번호를 붙여 넣어 배팅 훈련을 한다. 자신이 어떤 로케이션의 볼을 쳤는지 기억하게 하려는 것이다. 해당 번호의 볼을 쳤을 때 타구의 위치가 어딘지 인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SK 선수들은 심심할 때 제기차기를 즐기고 있다. 알다시피 제기차기는 민속놀이 중 하나다. 구멍 뚫린 동전이나 엽전을 종이나 헝겊에 싸서 발로 차는 놀이다. 이는 불펜 코치로 활약하고 있는 조웅천 투수 코치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범경기 때부터 뻣뻣한 투수들의 고관절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던 조 코치였다.

보통은 컨디셔닝 코치의 지시에 따라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풀긴 한다. 하지만 따라하는 것을 힘겨워 하는 투수들도 제법 있다. 게다가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보면 자칫 형식적이고 지루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조 코치는 "고관절이 유연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어떤 운동이 좋을까 고민한 끝에 제기차기가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엉뚱할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효과를 보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선수들이 즐기면서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즐겁다"고 웃어보였다.
조 코치는 불펜에서도 몸을 풀면서 제기차기를 시켜볼까 했다. 하지만 경기에 집중하지 않는 것은 곤란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보기에도 좋지 않을 수 있다. 대신 투수 미팅을 마치고 잠시 짬이 날 때 시킬 예정이다.
조 코치가 꼽은 가장 뻣뻣한 투수는 김태훈과 임치영이다. 고관절이 좋지 않으면 나중에 부상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에 김태훈은 "밸런스를 잡는 동작 즉, 균형있는 중심이동을 위한 반복되는 훈련 과정에서 고관절이 뻣뻣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제기를 차는 원리가 고관절을 강화해주고 유연하게 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끼리 모여서 함께 게임하듯 즐기다보니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조웅천 코치님이 제안해 주셨는데 아이디어가 참 좋다"고 웃었다. 운동이라 생각하지 않아서 더욱 긍정적이다.
임치영도 긍정적이다. "투수들은 아무래도 경사진 마운드 위에서 중심이동 훈련을 반복하다보니 고관절이 딱딱해 진다"는 임치영은 "훈련 전이나 후에 고관절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기차기가 고관절을 유연하게 하는 유용한 운동인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제기를 차면서 고관절을 강화한다는 얘기에 조금은 의아했는데 직접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좋은 아이디어면서도 이런 제안을 해주신 조웅천 코치님의 배려가 느껴진다"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작지만 유용한 아이디어를 생산, 팀 분위기까지 즐거운 SK 마운드. 역시 유일한 2점대(2.71) 팀평균자책점에는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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