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류현진 업그레이드 비밀은 '슬라이더 장착'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4.28 07: 14

괴물이 더 무서워졌다. 비밀은 슬라이더 장착에 있었다.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5)은 승수를 떠나 올 시즌 초반 압도적인 위력을 보이고 있다. 30이닝 동안 안타 20개와 볼넷 5개를 내줬을 뿐 삼진 38개를 잡아내며 4실점(3자책)밖에 주지 않았다. 평균자책점 0.90. 최고의 시즌이었던 2010년 첫 4경기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 2.40을 뛰어넘는 놀라운 페이스를 자랑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최고 151km까지 나오는 위력적인 직구가 가장 큰 힘이다. 하지만 직구 하나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올 시즌 류현진의 업그레이드에는 기존의 결정구 서클체인지업 외에 슬라이더를 장착한 게 결정적이다. 지난 26일 광주 KIA전에서 류현진은 체인지업(15개)보다 많은 슬라이더(16개)를 던지며 상대 타자들에게 혼란을 안겼다.

지난해 류현진의 슬라이더 비율은 14.4%. 올해는 17.0%로 소폭 상승했다. 8이닝 13탈삼진 무실점으로 위력을 떨친 지난 13일 문학 SK전에서는 체인지업(22개)보다 슬라이더(35개)가 월등히 많을 정도. 류현진은 "슬라이더를 그렇게 많이 던지는 건 아니다. 스피드가 조금 더 빨라진 걸 빼면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그의 공을 받는 포수 신경현은 "슬라이더가 잘 통하고 있다. 위력이 있기 때문에 자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신경현은 "타자들이 현진이의 체인지업을 노리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더 이상 체인지업만 던질 수 없기 때문에 슬라이더의 비중을 늘렸다"고 말했다. 힘있는 직구와 함께 종으로 떨어지며 상대 타자 타이밍을 뺏는 체인지업 외에도 횡으로 살짝 휘는 슬라이더를 통해 구종이 보다 다양해진 것이다.
특히 우타자에게 효과적인 서클체인지업 뿐만 아니라 좌타자에게도 유용하게 구사할 수 있는 슬라이더 장착은 큰 효과를 낳는다. 가장 좋았던 2010년 류현진의 좌타자 피안타율은 2할6푼3리로 우타자(0.205)에 비해 훨씬 더 높았다. 하지만 올해 4경기 류현진의 좌타자 피안타율은 1할도 되지 않는 9푼7리에 불과하다.
현역 시절 슬라이더로 명성을 떨친 한화 한용덕 투수코치는 "3년 전부터 현진이가 슬라이더를 연습했다. 원래 어느 정도 던질줄 알았지만 굳이 던질 필요가 없었다"며 "이제는 상대 타자들이 체인지업을 노려치기 때문에 슬라이더가 필요해졌다. 요즘 대세가 컷패스트볼인데 현진이가 던지는 슬라이더는 커터보다 느리지만 각이 조금 더 크다. 보통 슬라이더보다는 각이 작지만 대신 스피드가 빠르다. 그립을 보통 슬라이더와 조금 다르게 잡고 있는데 워낙 손감각이 좋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예전부터 준비한 걸 이제 써먹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인지업만 생각한다면 이제는 오히려 류현진의 슬라이더에 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몇 년 전부터 꾸준하게 준비했다는 점에서 류현진의 천재성보다는 준비성이 더 돋보이는 대목. 최고 자리에 있을 때에도 만족하지 않고 발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괴물 류현진의 진짜 무서운 힘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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