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홈런 레이스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본격적인 홈런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27일 잠실·문학·청주·사직 등 전국 4개 구장에서 총 10개의 홈런이 터졌다. 올 시즌 가장 많은 홈런. 가장 관심을 모은 홈런의 주인공은 LG 정성훈(32) 삼성 이승엽(36) 넥센 강정호(25)였다. 정성훈은 이날 홈런 2방을 터뜨리며 6홈런으로 이 부문 단독 1위가 됐고, 이승엽과 강정호도 나란히 홈런을 가동하며 5홈런으로 이 부문 공동 2위를 공유했다. 4월말 홈런 레이스 3인 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 깜짝 홈런선두 정성훈

가장 의외의 복병은 역시 LG 4번타자 정성훈이다. 올 시즌 처음 4번타자에 고정된 정성훈은 최근 8경기에서 홈런 5방을 터뜨리며 놀라운 페이스를 자랑 중이다. 데뷔 첫 4경기 연속 홈런에 개인 통산 월간 최다 홈런을 경신했다. 정성훈은 현대 시절이었던 지난 2005년 17개가 한 시즌 최다 홈런. 13시즌 중 두 자릿수 홈런도 6시즌 밖에 되지 않는다. 홈런과는 거리가 먼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부상이다. 정성훈은 "오히려 요즘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 경기할 때 몸에 힘을 빼고 타격하는데 결과가 좋다"고 말한다. 지난 15일 잠실 KIA전에서 오른 손목을 다친 뒤로 홈런이 쏟아지고 있다. 힘 들이지 않은 타격을 하다 보니 오히려 중심이동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가운데 몰리는 것 뿐만 아니라 몸쪽-바깥쪽으로 높은 공을 당겨서 넘기고 밀어서 넘겼다. 정확한 타이밍에 완벽하게 맞는 스윙이 완성됐다. 특유의 노림수로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 역시 홈런왕 이승엽
'영원한 홈런왕' 이승엽은 우리나이 서른일곱 베테랑이지만 홈런을 만들어내는 기술 만큼은 여전히 최고 수준이다. 최근 2경기 연속 홈런 포함 9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한가운데 몰린 실투성 공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152km 강속구라도 밀리지 않고 정확하게 받아친다. 배트스피드가 전싱기보다 떨어졌다고 하지만 힘 하나는 여전하다. 이승엽 스스로도 "스피드는 떨어졌지만 힘은 그대로"라고 자신한다.
더스틴 니퍼트, 데니 바티스타, 아퀼리노 로페즈 등 외국인 투수들을 상대로 홈런을 터뜨리고 있는 것도 이승엽 홈런의 특징. 투심 패스트볼과 싱커 그리고 152km 강속구를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56홈런으로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작성한 2003년 이승엽은 4월에 홈런 6개로 출발했다. 올해도 이와 비슷한 페이스 보이고 있는데 날이 더워지는 5월 이후 본격적인 몰아치기를 기대해 볼 만하다. 이승엽은 "밀어치는 홈런이 나오면 홈런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홈런 5개 중 4개가 우측, 1개가 중앙으로 넘어간 이승엽은 아직 밀어친 홈런이 없다.
▲ 거포 유격수 강정호
정성훈-이승엽과 함께 홈런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는 강정호는 포지션이 특별하다. 수비 부담이 가장 큰 유격수를 맡으면서 연일 홈런포를 쏘아올리고 있는 것이다. 역대 유격수 홈런왕은 1990년 28개 홈런을 터뜨린 빙그레 장종훈이 유일하다. 유격수 최다 홈런은 1997년 30개 아치를 그린 해태 이종범. 1996년 이종범, 2002년 삼성 틸슨 브리또가 유격수로 25홈런을 친 게 공동 3위 기록이며 그 다음이 2009년 23개의 홈런을 때려낸 강정호다.
강정호는 국내에 거의 없는 거포 자질을 갖춘 '대형 유격수'다. 타고난 손목 힘에 임팩트시 힘을 싣는 능력이 뛰어나 일찌감치 거포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올해는 초반부터 그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이고 있다. 홈런을 터뜨린 코스를 보면 가운데 몰리거나 높은 공 뿐만 아니라 바깥쪽 공을 걷어 올리거나 낮은 공을 잡아당겨 넘겼다. 실투를 홈런으로 연결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홈런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강정호는 "홈런에는 전혀 욕심없다. 중심을 맞춰 강하게 친다"고 말했다. 그의 홈런 비거리는 평균 118.0m로 정성훈(117.5m)-이승엽(113.0m)을 능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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