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女女 투톱 영화, 멜로보다 애틋하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4.28 14: 32

오랜만에 여성 투톱영화가 등장했다. 하지원, 배두나라는 각기 다른 개성을 자랑하는 한국 대표 여배우들을 앞세운 영화 '코리아'(문현성 감독, 5월 2일 개봉)가 그 작품이다.
하지원과 배두나는 신선함을 자아내기 충분한 새로운 조합이다. 하지원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국내 대표 메이저 배우이고, 배두나는 한국영화와 드라마 뿐 아니라 일본영화, 할리우드에도 진출하며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가는 개성파 배우로 존재감을 발산해 왔다.
'시크릿 가든'의 하지원과 '괴물'의 배두나. 이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기대감을 자아내는 커플(?) 이 한 영화에서 만나 과연 둘이 어떤 그림을 그릴 지 의아해하는 관계자들도 많았지만, 베일을 벗은 이들의 모습은 마치 남녀 멜로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균형 있는 조화를 이룬다.

'코리아'는 1991년 자바 세계선수권 대회 당시의 남북한 단일팀 코리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그린 영화. 당시 실존 인물과 사건을 기반으로 드라마틱한 구성을 더했다.
각각 남한 대표 탁구선수 현정화 역의 하지원, 북한 대표 리분희로 분한 배두나는 극중 충돌과 교류를 반복하다가 감동적인 우정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배우로서 이 둘은 서로에게 없는 면을 지녀 부족한 점을 메워준다.
현정화 역을 맡은 하지원은 악바리 근성으로 유명한 여배우 답게 탁구선수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들어 100% 꽉 짜여져 있는 듯한 찰진 연기를 보여준다. 오차없이, 그리고 신뢰감을 주는 배우인 만큼  그간 특히 몸을 이용한 연기에 능했던 '하지원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배두나는 본인만의 호흡이 있는 배우로서 북한말을 특유의 개성으로 소화해내며 매력적인 리분희를 창조해냈다. 그간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처럼 매력적인 북한 사람 캐릭터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 캐릭터의 전형성을 깼기 때문이다. 하지원과 배두나는 연기의 정석과 본인의 개성을 녹여낸 두 캐릭터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영화에서 스포츠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이 둘의 관계인데, 하지원이 여성이라면 배두나는 남성의 구조라고도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하고 소리없이 부딪히는 감정을 몸으로 느꼈지만,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이해하고 좋아하게 된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러브스토리와도 흡사하다.
하지원이 겉보기에 새침해 보이지만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책임감 강하고 동생들 잘 챙기고 본인 앞가림도 잘 하는 성실한 여자라면, 배두나는 도도하지만 거만하지 않고, 자존심 세지만 따뜻한 속내를 지녔으며 뛰어난 실력을 지닌 멋진 남자의 캐릭터다. 배두나는 이런 리분희 역에 특히 여자들이 열광하는 것을 아냐는 질문에 "나 역시 내가 빠져들고 좋아하는 캐릭터를 소화한다. 내가 여자라서 아무래도 내가 반하는 캐릭터를 선택하게 되고, 그래서 여성 관객들도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전한 바 있다.
영화는 그간 숱하게 봐 왔던 인간 승리의 드라마에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스포츠영화다. 하지만 라이벌 관계였다가 동지가 된 두 사람을 멜로 드라마처럼 엮어낸 여성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면모다. 후반부에 정화가 버스 창문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분희에게 반지를 건네는 장면은 어떤 드라마나 영화의 버스 창문 러브신보다도 애달프다.
최근 몇 년간 극장가는 스릴러 장르 편중과 함께 캐릭터나 배우들이나 남자들이 활약이 두드러졌다. 본격 변화가 감지되고 움직임으로 이어진 것은 올 상반기 극장가다. 지난 1월부터 '댄싱퀸', '화차', '러브픽션', '건축학개론' 등이 흥행에 성공하며 여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여성투톱의 영화는 전무했다. 또 남성 투톱으로 성공을 거둔 영화는 많지만, 여성 투톱 영화로 흥행과 평단을 고루 잡은 작품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코리아'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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