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코가 발견한 디자이너들⑤] '이유있는 우승' 김혜란
OSEN 이예은 기자
발행 2012.04.29 09: 01

 
디자이너 김혜란은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4(이하 프런코)'의 가장 화려한 '발견'이다. 피말리는 경쟁 끝에 홀로 살아남은 우승자다.
한 경쟁자는 김혜란의 우승이 결정된 뒤 "다른 도전자들과 진작부터 레벨이 달랐다. 우승할 줄 알았다"고 담담히 평가하기도 했다.

'레벨이 다른' 우승자는 어떤 사람일까. 26일 서울 상암동 CJ E&M 센터에서 김혜란을 만났다. 세련된 블랙톤 의상을 빼입은 김혜란은 화면에서보다 훨씬 가냘프고 발랄했다.
▲저, 인상 쓰는 사람 아니에요
방송의 특성상 '프런코'의 모든 도전자는 나름의 캐릭터를 갖게 됐다. 특히 살아남은 기간이 길 수록 더욱 그렇다. '무서운 맏언니' 캐릭터로 우승까지 하게 된 김혜란은 "내 캐릭터가 그렇게 편집돼 나타날 줄은 정말 몰랐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모든 미션을 정말! 진심으로! 느긋하고 즐겁게 했어요. 그런데 1화부터 사단이 났지요.(웃음) 제가 봐도 '내가 언제 저렇게 인상만 썼나' 싶더라고요. 나중에는 저도 너무 싫어서 본 방송을 안 봤어요. 몸이 힘든 것은 참지만, 정신적으로 힘들면 도망가 버리는 스타일이어서요. 방송을 보고 흔들려선 안 될 것 같더라고요."
대체로 '멀쩡한' 상태로 미션에 참여했는데도 주변에서 "건강 챙겨라"라는 조언도 했다고. "인터뷰 화면마다 어깨는 축 처지고 고개는 삐딱한 거예요. 참, 그게 아닌데..."
▲아낌없이 투자받은 딸, 인정도 받다
김혜란은 인터뷰 내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꺼냈다. "어려서부터 공부보다는 미술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부모님들은 그런 분야를 전혀 모르는 분들이세요. 제가 졸업한 SADI나 파슨스가 어떤 곳인지도 잘 모르시죠. 그런데도 저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는데, 이번에 그게 헛되지 않았다는 걸 인정받은 것 같아서 정말 기뻐요."
1억이나 되는 우승 상금을 받은 걸 가장 기뻐하는 사람은 오빠라고. 김혜란은 가족들에게 아낌없이 상금을 베풀 생각이다. "오빠는 지금 아버지 회사 밑에서 일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로 돈 쓸 데가 많아서요.(웃음) 아버지께서 사고 싶어하시는 3D TV도 하나 사드리고, 남동생 어학연수 보내는 데도 보태고 싶어요. 그리고 나머지는 제 브랜드 런칭에 써야죠."
어린 시절 공부에는 관심없었다는 김혜란은 "학창시절에 전교 100등을 한 적이 있어요. 뒤에서부터요. 제 뒤에 딱 100명뿐인 성적표를 보고도 부모님께서 '너, 뒤에 100명이나 있네? 정말 잘했다'고 해주셨던 게 잊히지 않아요. 그랬기 때문에 제가 하고 싶은 걸 찾아서 할 수 있었어요. 그런 가족들에게 이번에, 내가 한 일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었어요."
▲우승의 비결은?
"'이래서 내가 우승했다'는 건 아니지만, 저는 디자인에 빠지면 정말 즉흥적으로 쓱싹쓱싹 작품을 만들어내는 편이에요. 파이널 컬렉션에 나온 의상도 20~25일 만에 만든 것이거든요. 푹 빠지면 하루만에 세 벌도 빼낼 수 있어요. 그렇게 빠지는 성향이 저의 재산인 것 같아요."
학생 시절에는 철저히 스케치를 하고 그 계획에 따라 옷을 만드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저는 철물점 미션을 정말 재밌게 했어요. 철물점뿐 아니라 의외의 장소에서 늘 영감을 얻거든요. 희한한 부자재를 막 사서 엮었더니 뭔가 새로운 게 나오고, 또 그냥 해본 새로운 시도에서 뭔가 나오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우연한 발견, 그게 바로 디자인의 묘미가 아닐까요."
디자인을 '일'이 아니라 재미있는 '모험'으로 생각하는 행복한 디자이너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뉴욕 진출의 그날까지...
'프런코'는 오랜 해외 생활을 거친 김혜란에게 한국 패션계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우승이라는 값진 선물을 줬다.
"한국 패션계에 대해 일단 배운다는 생각으로 도전을 했어요. 한국의 패션 감각은 외국과는 또 다른 부분이 많더군요. 여러 심사위원들의 비평을 들으면서 저 자신이 정말 많이 배운 듯해요."
'프런코' 우승이라는 성취를 해냈지만, 앞으로는 더 큰 꿈이 있다. "제 브랜드를 꼭 운영하고 싶어요. 미국에서 사실 직장생활도 했었어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이갈 아즈로엘' 브랜드에서 일했었죠. 그런데 거의 제가 다 디자인하고 만들었다고 생각되는 옷이 그 디자이너의 이름으로 컬렉션에 나가는 걸 보면, 마음에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더군요."
브랜드를 런칭한다면 국내에서 먼저 한 뒤 해외로 진출하는 게 목표다. "할 수만 있다면 뉴욕 진출은 꼭 하고 싶어요. 그런데 브랜드 런칭도 하려면 또 지원이 필요한 거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프런코' 우승으로 혼자서도 할 수 있겠다 싶어요. 목적을 달성한 거죠."
뉴욕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행보를 펼칠 김혜란을 상상하면, 본인뿐 아니라 '프런코'의 팬들 또한 가슴이 뛸 것이다.
Tip. 그들이 말하는 올해의 ‘It style'
"'It style'이라기보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재는 퍼(fur)거든요. 그래서 너무 싸구려인 페이크(fake) 퍼도 아니고, 지나치게 고가도 아닌 퍼 라인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런 라인을 런칭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그런 퍼 라인과 어울리는 주얼리도 같이 해보고 싶어요. 파이널 무대에서도 퍼를 사용해서 '라스트 모히칸'의 컨셉트를 살려봤는데, 만족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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