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스타', 양현석-박진영-보아의 '재발견'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4.28 16: 02

SBS 예능프로그램 'K팝스타'는 참가자들의 경연 외에도 심사위원이 된 SM, YG, JYP 등 3대 기획사의 가수와 프로듀서들인 보아, 양현석, 박진영을 재발견한 시간이 되기도 했다. 때로는 심사평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불꽃 튀는 삼파전으로 대립각을 세웠던 이들. 참가자들의 경쟁 만큼이나 흥미를 자아냈던 양현석, 박진영, 보아의 모습은 이 프로그램의 큰 관전포인트였다. 이들은 어떻게 재조명 받았을까?
양현석 - 무서운 YG 수장? 따뜻한 예능감 '아빠포스'
양현석은 프로그램 동안 제작사로서의 전문성을 발휘해 YG가 어떻게 존재하고 성공하게 됐는지를 엿보게 했다. 하지만 이에 더해 무서운 YG 수장의 모습이 아닌 따뜻한 면모로 참가자들을 보듬어줬다. 그러면서도 단점을 정확하게 알려주면서 개선할 여지를 주고, 무엇보다도 보아와 박진영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양현석은 독설가로 활약할 것이라는 예상을 깬 것이 가장 놀라운 반전이었다. 생각보다 부드러운 심사로 참가자들의 노래 실력과 장래성을 품어주고 칭찬해줬으며, 때로는 긴장한 참가자들을 위해 유머러스한 심사평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예능프로그램에서 그가 고정으로 출연하는 것은 사실상 'K팝스타'가 최초였다. 그는 심사평 뿐만 아니라 예능을 담당하는 중추적인 역할로 떠오르며 생방송에 들어와서는 그 진가를 십분 발휘하기에 이르렀다. 양현석은 심사평을 하면서 재치 있는 발언으로 참가자의 긴장을 해소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양현석은 한 참가자의 심사평 도중 "박진영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뭔 줄 아느냐"고 물었고, 이어 "공깃밥이다"고 말해 참가자와 현장, 그리고 시청자의 웃음보를 자극했다. 박진영이 심사할 때 '공기의 중요성'을 빗대 말한 것. 또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매운 음식', '짬뽕집'에 참가자나 참가자의 노래를 비유하는 독특한 심사평으로 좌중을 폭소케 했다. "아저씨도 딸을 낳았다 보니 도저히 탈락을 못 시키겠어요."(2회에 등장한 10살의 이채영에게)라는 평은 K-팝스타에서 그의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박진영 - 실력파 프로듀서? 음악에 미친 예술가
박진영은 이성적인 분석과 소름끼칠 정도의 신랄한 비판으로 가수들을 긴장케 했다. 그러면서도 박진영의 코치를 받은 출연자들은 확실히 달라진 모습도 많이 보였다. 실력과 스타성을 갖춘 도전자를 봤을 때는 마치 사랑에 빠진 듯한 모습으로 연인을 바라보는 눈빛을 보내기도 한다. 이처럼 백과사전 같은 지식과 풍부한 감성을 오가는 그다.
'극 찬사'와 '극 호평' 오가거나 공기를 들이쉬고 내쉬고, 공기 반 목소리 반 등의 헷갈리는 심사평, 혼자서 톱 3인 이하이, 박지민, 백아연에게 똑같은 점수를 주는 모습 등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심사평이 대부분 시청자들에게 가장 강한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슈퍼스타K'로 이미 심사위원으로서의 역할을 검증받은 그는 'K팝스타'를 통해 프로듀서와 가수로서 음악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폭넓은 경험을 갖고 있는 것을 보여줬다. 한 단계 더 나아가 'K팝스타'에서는 그가 음악에 미친, 음악을 사랑하는 예술가임을 알게 했다. 인재를 발굴하는 실력파 프로듀서를 넘어 음악 본연에 대한 열정, 음악과 무대를 존경하는 그의 자세가 참가자들에게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느껴질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박진영은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다양한 표현과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심사를 듣는 재미'를 가장 많이 선사한 인물이다. "나 노래 잘해. 노래자랑 하는 거예요?"(이미쉘의 노래를 듣고, 결승전까지 갈 실력이라는 양현석의 극찬에 반대하며)라는 말을 직설적으로 한다던지, "춤을 잘 췄으면 회의를 느꼈을 것. 내가 잘 생겼으면 큰일날 것 처럼."('키보드 3인방' 중 막내 김나윤의 무대를 보고 극찬, 부족한 춤 실력에 인간미를 느꼈다며)라는 재치있는 말, 또는 "백아연에게는 박지민의 고음과 이하이의 매력적인 보이스가 없다. 그러나 강철로 만든 심장이 있다"(JYP에서 1주간 트레이닝을 받은 백아연의 김범수의 '보고 싶다'를 듣고)등의 어록을 들려주는 등 그야말로 '심사의 향연'을 보여줬다.
보아 - 무대 위 소녀? 여성 심사위원의 새 모습 제시
보아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반전의 매력을 과시한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노래도 춤도 잘 하는 예쁘장한 소녀로 보아를 기억하는 사람이었다면 'K팝스타'에서 그가 뽐내는 베테랑의 카리스마에 놀랐을 법 하다.
보아는 현직 가수답게 도전자들에게 퍼포먼스, 노래 스킬, 표현력 등에 대해 현실적인 조언들을 던지며 실제적이고도 구체적인 도움을 줬다.  세 명의 심사위원 중 유일하게 연습생 시스템을 경험한 가수인 만큼 생생한 평가가 눈에 띄었다. 아시아 최고의 가수로 손꼽히는 무대와 가수 사이의 관계를 정확하게 집어내며, 무대가 어떻게 자기의 것이 될 수 있는 지에 대한 전문성을 드러냈다. 12년동안 자신이 몸으로 익혀온 것을 말로 전하는 보아의 모습에서는 녹록치 않은 연륜이 묻어났다.
처음에는 어린 보아가 양현석과 박진영 사이에서 존재감을 보일 수 있을까, 라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보아의 예상 외의 활약은 놀라움을 안겨줬다. 20대의 싱그로움으로 젊은 분위기를 주도하면서도 독설이 아닌 직설화법으로 자신의 주관을 펼쳤다. 그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여성 심사위원의 평이나 주관이 다소 소극적이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보아는 여성 심사위원의 전형성을 벗고 이에 한 단계 나아간 모습을 보아며 얼마나 큰 음악적 소양과 경험을 지닌 가수인지를 다시한 번 느끼게 했다.
그런가하면 보아는 박지민이 팝송 '유 레이즈 미 업'을 부르며 감정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지민 양이 16살이죠? 저는 그 나이 때 일본에 혼자 가서..그때 힘들었는데 가장 힘들었던 말은 '보아니까'라는 말이었다. 그 말은 힘도 됐지만 너무 듣기 싫었다"라며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는 프로그램을 드라마틱하게 끌어주는 역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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