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내조 덕분입니다".
한화 외야수 김경언(30)이 뜨겁다. 1군 복귀와 함께 공수에서 놀라운 활약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1군 복귀 후 4경기에서 12타수 8안타 타율 6할6푼7리 3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운으로만 볼 수 없는 게 안타 8개 중 절반에 해당하는 4개가 2루타. 올 시즌을 앞두고 새 신랑이 된 그는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과 승부근성으로 중무장했다.
김경언은 올해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캠프에서 아주 좋은 페이스를 보였으나 많은 훈련량을 소화한 탓인지 오른쪽 햄스트링이 올라왔다. 개막을 1군에서 맞지 못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2군에서 6경기에 나와 22타수 7안타 타율 3할1푼8리 2홈런 9타점으로 3볼넷 1사구 4삼진으로 활약하며 1군 콜업 기회를 기다렸다. 기회는 머지 않아 김경언을 찾아왔다.

지난 24일 극심한 슬럼프로 1군 엔트리에 말소된 중심타자 최진행을 대신해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김경언을 본 한대화 감독은 "잘 지냈냐. 2군 기록이 좋더라. 열심히 해라"고 격려했고, 김경언은 "열심히 준비했으니 잘 하겠다"고 답했다. 광주 KIA전이었던 이날 김경언은 9회에만 2루타 2개를 터뜨리는 등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예사롭지 않은 조짐을 보였다.
이튿날 KIA전에서도 2루타 하나 포함 4타수 3안타 1타점. 좌완 앤디 밴헤켄이 선발등판한 27일 청주 넥센전에서 대타로 나와 땅볼로 물러났지만, 다시 선발 라인업에 복귀한 28일 청주 넥센전에서 2루타 하나 포함 2타수 2안타 1득점 1볼넷으로 펄펄 날았다. 타격 뿐만 아니라 좌익수로 나선 수비에서도 7회 장기영의 좌중간을 완벽히 가르는 타구를 날아오르듯 점프 캐치하며 모두를 놀래켰다.
한대화 감독은 "몸이 상당히 좋아졌다. 특히 하체가 많이 탄탄해졌는데 스윙에 힘이 붙었다"며 "캠프에서도 다른 때보다 열심히 훈련했다. 부상이 없었다면 아마 1군에 데리고 다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감독은 "결혼을 해서 그런가. 아내를 먹여 살리려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경언도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하게 강조했다. 김경언은 "훈련을 많이 소화했다. 운이 좋아서 잘 맞고 있을 뿐"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다른 것 없다. 이 모든 게 아내의 내조 덕분"이라며 모든 공을 지난해 12월 결혼한 동갑내기 아내 엄수원(30)씨에게 돌렸다.
캠프 때부터 김경언은 "결혼을 하고 나니 뭔가를 해야겠다는 의지와 책임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주위의 평도 마찬가지. 강석천 타격코치는 "결혼을 하더니 확실히 달라졌다. 야구에 달려들려는 모습이 보인다. 뭔가 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평가했다. 과거 김경언은 좋은 재능을 지녔지만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훈련 과정부터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그 결과가 시즌 초반부터 나타나고 있다. 상체와 허리가 빠지는 습관을 버리고 뒷다리의 힘을 전달하는 타격폼 수정을 통해 타구 질이 달라졌다. 컵케익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헌신적인 내조를 아끼지 않는 아내 위해서라도 더 잘해야 한다는 게 김경언의 마음가짐. 역시 남자는 결혼을 해야 달라진다는 걸 김경언이 증명하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