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이나 제가 고개를 흔들었어요."
순간의 선택이 잘못된 결과를 가져왔다. SK 선발 윤희상(27)이 베테랑 포수의 의견을 듣지 않아 패전을 안은데 대한 아픔을 곱씹었다.
윤희상은 지난 2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배터리는 포수 조인성(37)과 이뤘다. 그러나 5회도 넘기지 못한 채 4⅓이닝 6피안타 1볼넷 1사구 2탈삼진 4실점이란 결과를 받아 든 채 씁쓸하게 마운드를 내려서야 했다.

팀이 3연패 중인 상황이었기에 실점을 최소화 해야 했기에 더욱 아쉬웠다. 결국 팀이 2-4로 무릎을 꿇으면서 4연패에 빠졌다. 자신도 개막 2연승 후 2연패를 기록해 주춤하게 됐다.
전체적으로 아쉬운 경기였다. 4회까지 2개의 안타와 2개의 사사구를 내주긴 했지만 실점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잠실 LG전에서 비록 6⅓이닝 4실점, 팀이 1-4로 패하긴 했지만 '완전히 피칭에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들었던 윤희상이었던 만큼 기대를 모았던 경기였다.
특히 5회 선두타자 손시헌에게 맞은 솔로포가 윤희상의 심적 평안을 완전히 흔들어 놓았다. 손시헌은 고교(선린인터넷고) 5년 선배이기도 하다. 윤희상은 2볼-2스트라이크 상황서 조인성이 변화구 사인을 내자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자 조인성은 이내 다른 변화구 사인을 냈다. 하지만 역시 윤희상은 고집을 피웠다. 결국 직구 승부.
조인성은 바깥 코스를 요구했지만 윤희상의 손을 떠난 볼은 손시헌이 치기 좋은 몸쪽으로 날아갔다. 결국 손시헌은 벼락같이 배트를 돌렸고 타구는 왼쪽 폴대 맨 하단을 맡고 담장을 넘어가 버렸다. 선제솔로포가 된 것이다. 이후 기습번트에 의한 내야안타까지 나오면서 급격하게 흔들리고 말았다.
윤희상은 "조인성 선배께서 처음에 변화구 사인을 내셨다. 그런데 고개를 흔들었다. 그랬더니 다음에도 변화구 사인이 나왔다. 또 흔들었다. 직구 사인이 나오길래 고개를 끄덕였다"면서 "선배 말을 들었어야 했다. 게다가 시헌이형이 그 직구가 갑자기 눈에 팍 들어와서 휘둘렀다고 하더라"고 아쉬워했다. 이미 끝나버린 상황. 그렇지만 윤희상은 그 순간을 복기하며 다음 등판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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