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대선배의 승리를 후배가 날렸다. 하지만 선배는 후배를 격려하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박찬호는 29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넥센과의 홈경기에서 5이닝 3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했다. 팀이 2-1로 리드하며 박찬호의 승리요건이 갖춰진 상태에서 그의 공주고 18년 후배 안승민이 구원등판했다. 그러나 안승민은 6회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이택근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강정호에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박찬호의 시즌 2승이 날아간 순간. 역전 홈런을 맞은 충격인지 안승민은 후속 타자 김민우에게도 안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선발등판한 4경기 연속 부진에 이어 이날 구원등판까지 실망스런 투구. 여기에 하늘 같은 대선배의 승리를 날렸으니 그 심정이 오죽했을까.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 라커룸에서 박찬호와 마주친 안승민은 "선배님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박찬호는 "뭐가 죄송해?"라고 물었고, 안승민은 "(승리를)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며 대선배의 승리를 날린 것에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한 마음을 나타냈다.
하지만 박찬호는 "앞으로 그런 말은 하지 마라"며 "내 마음보다 네 마음이 더 쓰린거다. 미안하다는 생각하지 말고, 네 것에만 집중해라. 그래야 다음 경기에서 부담없이 더 잘 던질 수 있다"며 좌절감에 젖은 후배를 따뜻하게 격려했다. 대선배의 격려에 안승민이 가질 마음의 짐도 덜어졌다.
박찬호는 덕아웃에서도 안승민의 옆자리를 지키며 끊임없이 야기했다. 안승민의 가슴을 치며 용기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박찬호의 격려 덕인지 안승민의 표정도 밝아졌다. 한화가 박찬호에게 기대한 효과는 단순한 1승이 아니라는 것이 나타난 장면. 승패를 떠나 박찬호는 한화의 멘토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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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