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패-공동 선두’ 두산, 비결은 장점 특화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4.30 09: 55

4월 한 달 간 유일하게 연패가 없던 팀. 선수들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먼저 보고 적극적으로 살려주려는 초보 감독의 배려 속에 선수단이 한데 뭉치고 있다. 4월 한 달 동안 10승 1무 5패(30일 현재)의 전적으로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진욱호’ 두산 베어스가 시즌 초반 순항 중이다.
두산은 지난 29일 잠실 KIA전서 상대 에이스 윤석민의 출격에도 불구, 경기 중반부터 힘을 발휘하며 5~7회까지 한 점씩 올려 동점에 성공한 뒤 8회 손시헌의 좌전 적시타로 4-3 승리를 거뒀다. 주포 김동주도 컨디션이 좋은 편이 아니라 결장, 시즌 첫 연패에 빠질 수 있던 기로에서 선발 김승회가 7이닝 3실점 호투를 펼쳤고 뒷심이 나오면서 연패 없이 첫 한 달을 보낸 두산이다.
일단 선발진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경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은 선두권 도약의 기틀이 되었다. 지난해 16승을 거둔 김선우가 아직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으나 더스틴 니퍼트와 임태훈이 각각 3승을 올리며 경기를 만드는 선발로서 확실한 위력을 비췄고 이용찬(2승)도 지난해 선발로서 비췄던 단점을 보완하며 미래 에이스감으로 성장 중이다. 우천 휴식으로 인해 등판 기회가 들쑥날쑥하던 김승회도 몸을 잘 만들며 선발로서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약점으로 꼽힌 중간계투진이 여전히 아쉬운 것은 사실. 그러나 저마다 매력이 있는 투수들이다. 베테랑 좌완 이혜천은 아직 제구 면에서 아쉬운 감이 있으나 중심이동 투구와 릴리스 시 손목각을 높이는 투구폼으로 다시 구위를 회복 중이다. 노경은, 서동환도 구위 면에서는 뒤지지 않는 투수들이다. 6세이브로 세이브 부문 단독 선두에 오른 스캇 프록터의 경기 내용도 아쉽지만 레다메스 리즈(LG)와 달리 제구난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투구로 블론세이브 제로 행진을 보여주고 있다.
타선도 들쑥날쑥한 가운데서 활약해주는 선수들이 나오며 이기는 경기가 많아지고 있다. 27일 KIA전서는 0-0으로 맞서다 주장 임재철이 지난해 6타수 3안타로 강한 면모를 보였던 상대 선발 서재응으로부터 선제 결승 투런을 뽑아내며 뒤늦은 시즌 첫 안타 및 타점-홈런을 신고했다. 28일에는 3루수 이원석이 데뷔 첫 1경기 연타석포로 분전했고 29일에는 내야수 윤석민이 동명이인 에이스의 강판을 이끄는 적시타를 때려냈다.
 
아쉬운 부분이나 약점도 발견되는 두산이지만 연패로 인한 좌절감과 패배의식으로 인해 약점이 부각되는 일 없이 첫 한 달을 보내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김 감독이 선수들이 가진 매력과 장점을 먼저 강조하며 때로는 파격적인 라인업을 내놓고 마운드에 오른 투수에게 최대한 힘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8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주전 3번 타자 김현수의 종아리 부상 결장으로 위기를 맞았던 두산은 이원석을 3번 타순에 놓았다. 경기 전 김 감독은 공격보다 수비에서 장점을 인정받는 내야수 이원석의 3번 배치에 대해 “현재 우리 팀에서 가장 떨어지는 공을 잘 치는 타자”라며 믿음을 보였고 이원석은 그날 경기서 4안타 2타점을 올린 뒤 10일 청주 한화전서 화끈한 만루포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최근 2번 타자로도 좋은 활약을 선보였던 주전 유격수 손시헌은 2009년 상무 제대 후 인코스-아웃코스에 따라 유연한 타격을 선보일 수 있는 타자로 변모했다. 게다가 당시 컨디션이 좋았던 만큼 김 감독은 발이 느린 편인 손시헌을 2번 타자로 상향 배치했다. 손시헌이 2번 타자로 올린 타격 성적은 3할1푼8리(22타수 7안타) 4타점으로 뛰어났다.
27일 결승 투런 주인공 임재철도 당시 6타수 무안타에 그쳤으나 김 감독은 “지난해 서재응에게 강한 면모를 보였고 선구안이 좋아 투수를 괴롭힐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라며 8번 타자로 선발 출장시켰다. 5회 병살타로 고개를 떨궜던 임재철은 7회 투런으로 감독의 기도 살리는 동시에 주장으로서 체면도 세웠다. 시즌 개막과 함께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좌완 이혜천과 노경은에 대한 김 감독의 시선도 따뜻했다.
14일 롯데전 2실점 블론세이브로 김선우의 선발승을 날렸던 이혜천에 대해 김 감독은 “그래도 구위가 점차 나아지고 있다”라며 기대감을 놓지 않았다. 1998년 데뷔 이래 이혜천은 연투가 잦았던 선수 생활에도 어깨나 팔꿈치를 다치지 않는 신기한 모습을 보였던 만큼 본인 스스로 계투로서 틀을 잡아줘야 했다. 그리고 이혜천은 28일 KIA전 1실점 패배를 당하기 전까지 6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26일 SK전서 1피안타 1볼넷을 내주기는 했으나 이는 서동환이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의 등판이었다.
노경은과 서동환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구위는 누가 뭐래도 뛰어난 투수들이다. 다만 마운드에서 너무 긴장하거나 힘이 들어간 모습을 보여서 결과가 안 좋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라며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승패에 일희일비하며 선수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겠다’라는 감독의 뜻이 제대로 반영된 부분이다.
찬찬히 뜯어보면 두산은 약점도 꽤 있는 팀이다. 성급하게 가지 않아야 할 때 섣부른 공격으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도 하고 점수를 지켜야 할 때 투수의 난조로 추격 의지가 끊어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나 누구나 사람인 이상 완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노릇. 김 감독을 비롯한 두산 코칭스태프는 비난하기 쉬운 단점보다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가진 장점을 보고자 노력하며 선수들이 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노력 중이다.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