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시즌 첫 달을 8승 8패 승률 5할로 마쳤다.
올 시즌 LG의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어두웠다. 시즌 전부터 이런저런 일로 주요선수 5명이 빠져나갔기 때문에 그동안 LG에 붙어왔던 의문부호는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LG는 늘 거포 4번 타자 부재와 불펜 불안, 약한 수비와 조직력 문제로 흔들렸었고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아야했다.

신임 김기태 감독은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를 통해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웠다. 주축선수들이 여러 명 사라지고 전력 보강은 미미했지만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결론적으로 지난 3주·16경기의 결과는 일장일단, 즉 성공과 실패가 교차했다.
LG는 디펜딩챔피언 삼성과 맞붙은 개막 2연전에서 스윕승을 올렸고 2주차를 마치고 5할 승률 +3을 기록하며 이변의 중심에 서는 듯 했다. 그러나 4월 마지막 주 넥센에 충격적인 2연패를 당했고 주말 롯데전도 1승 2패 루징시리즈에 그치면서 상승세가 한 풀 꺾였다. 선택의 결과로 인해 희비가 엇갈렸던 LG의 지난 한 달을 돌아본다.
▲ 거포 잠재력 폭발, 새로운 4번 타자 정성훈
김 감독은 올 시즌 팀의 4번 타자로 14년차 베테랑 내야수 정성훈을 낙점했고 정성훈은 한 달 동안 예상을 초월하는 활약으로 모든 이들을 놀라게 했다. 현재 정성훈의 성적은 타율 3할1푼 7홈런 16타점 OPS(장타율+출루율) 1.138.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타자며, 타점도 리그 3위, OPS 또한 리그 3위다. 특히 7개의 홈런은 통산 한 시즌 최다 홈런이 2005시즌 17개였던 것을 감안할 때 그야말로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홈런 페이스다.
정성훈은 전지훈련부터 김무관 타격코치의 지도아래 스윙궤적에 변화를 줬다. 장타 생산에 용의한 어퍼스윙을 구사하는 한편 배트도 33.5인치(870g)짜리에서 34인치(900~920g)짜리로 바꿨다. 전지훈련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선 부진했지만 김 코치는 “원래 추위에 좀 약한 선수인 거 같다. 시즌이 시작되면 다른 모습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고 정성훈은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김 코치의 지도에 보답 중이다.

▲ 실패한 마무리, 레다메스 리즈
4번 타자 정성훈 카드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면 마무리 투수 레다메스 리즈 카드는 실패로 끝났다. 김 감독은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후 LG의 마무리 잔혹사를 종결시킬 적임자로 11승 선발투수 리즈를 마무리투수로 낙점했다. 무엇보다 시속 160km를 상회하는 공을 던질 수 있는, 리그 최고의 강속구 투수란 점이 리즈의 보직전환을 결정짓게 한 큰 원인이 됐다. 김 감독은 선발진 약화를 초래하더라도 경기 후반에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 모험을 감행했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 리즈는 3주 천하로 막을 내렸다.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까지 의심 받을 정도로 좀처럼 잡히지 않은 제구력이 문제였다. 리즈는 지난 13일 잠실 KIA전에서 프로야구 초유의 16연속 볼·4연속 볼넷을 저질렀고 지난 26일 넥센전에서도 3연속 볼넷으로 팀의 2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리즈는 비록 5세이브를 올렸지만 평균자책점 13.50 WHIP(이닝당 출루 허용율) 2.63으로 최악의 모습만 남겼다. 결국 리즈는 27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 퓨처스리그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하면서 차후 다시 선발투수로 1군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 향상된 수비, 일취월장 유격수 오지환
LG 팀 전체적으로 가장 향상된 부분은 수비다. 포수들의 도루 저지율은 우려했던 모습이지만 외야에서 내야까지 가는 릴레이 과정이나 내야 수비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꾸준히 상대 주자의 발을 묶거나 아웃카운트 하나를 늘리는 보살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고 오지환을 중심으로 한 내야진도 지난 시즌보다 탄탄하게 굴러가는 중이다.
LG는 전지훈련 기간 동안 오전에는 팀플레이에 의한 수비 향상에 중점을 뒀다. 유지현 수비 코치의 지도하에 에러를 최소화하고 언제든지 보살을 노릴 수 있도록 연습한 게 효과만점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매일 1000개의 타구를 처리한 오지환이 안정적으로 수비에 임하며 LG 수비 전체를 주도하고 있다.
▲ 마운드는 아직 물음표

리즈의 마무리 전환이 실패로 끝난 것을 비롯해 전반적인 마운드 운용은 물음표가 가득하다. 선발진을 놓고 보면 확고부동한 1선발 에이스 벤자민 주키치는 지난 시즌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고 깜짝 선발 카드인 좌완 이승우도 성공적이다. 임찬규가 아직은 선발투수에 적응하지 못한 듯 하지만 리즈가 선발투수로서 지난 시즌 만큼의 활약만큼만 재현한다면 나쁘지만은 않은 선발진이다.
문제는 마무리 자리다. 리즈가 선발투수로 전향하면서 다른 불펜 투수들이 마무리 부재를 해결해야 한다. 김 감독은 봉중근을 가급적 연투시키지 않을 입장이고 류택현도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 빠져있다. 양과 질 모두에서 어느 때보다 풍부한 불펜진을 꾸렸고 필승조를 두 개로 나누어 운용하고 있지만 전지훈련부터 시작된 우규민과 한희의 컨디션 난조가 이어지는 중이다.
김 감독은 지난 27일 리즈의 1군 엔트리 말소를 전하며 빠르게 자신의 선택에 대한 잘못을 인정했다. 또한 “이긴 경기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 패한 경기만 계속 돌이켜 보게 된다”며 감독으로서 피할 수 없는 고충을 전한 바 있다. 일단 김 감독은 5월 첫째 주 두산과 주말 3연전까지가 시즌 초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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