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치영이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우리 팀이랑 할 때는 우리가 이기는 것을 전제로 치영이가 잘 던졌으면 좋겠네요”.(웃음)
즉시전력감인 만큼 구단도 부상을 숨기기보다 조속한 수술을 결정했다. 유망주 투수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최대한 완벽한 모습으로 1군 무대에 올려 팬들 앞에 미래의 스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두산 베어스 1라운드 신인 우완 윤명준(23)은 이를 잘 알고 “완벽한 몸 상태와 좋은 기량으로 1군에 올라가고 싶다”라는 뜻을 밝혔다.
광주 동성고-고려대를 거쳐 두산에 1라운드 지명(계약금 2억원)된 신인 윤명준은 178cm 78kg으로 체구는 작은 편이다. 그러나 대학 저학년 시절부터 주축 투수로 활약했던 경기 경험과 140km대 중후반의 묵직한 직구, 슬라이더-커브 여부를 혼동하게 하는 뛰어난 슬러브 구사력으로 이미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았다.

대학 4년 간 14승 5패 평균자책점 1.74(191⅔이닝 탈삼진 216개)로 초특급 성적을 올렸던 윤명준은 지난해 11월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서도 일본 프로팀들을 상대로 5경기 9⅓이닝 3피안타(탈삼진 6개, 사사구 2개) 무실점으로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지난해 자신을 괴롭혔던 오른 발목 충돌 증후군으로 인해 수술대에 올랐고 결국 국내에 잔류해 발목 부위 재활에 힘썼다.
윤명준의 부상 상태에 대해 김지훈 두산 퓨처스팀 트레이너는 “지난해 발목 수술을 받은 임재철이 웃자란 발목 뼈를 깎아내는 수술을 받았다면 윤명준은 뼈를 깎아낸 뒤 철심으로 고정까지 시키는 수술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그만큼 재활에 더욱 노력을 기울인 윤명준은 구단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빠른 페이스로 몸 상태를 정상화시키며 퓨처스리그 3경기에 출장했다.
3경기 5⅔이닝 8피안타(탈삼진 3개) 2실점 비자책으로 평균자책점 0. 29일 NC전서 2실점이 수비 실수에 기인한 실점인 만큼 윤명준은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실전 경기에서 단 한 점의 자책점도 내주지 않고 있다. 안타를 맞아도 사사구는 내주지 않는 과감하고 정확한 제구력이 눈에 띈다.
지난 28일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두산 퓨처스팀 훈련장)에서 만난 윤명준은 “예상보다는 괜찮은 것 같아요. 그래도 앞으로 4~5경기 정도 더 등판하면서 감을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라며 실전 감각과 몸 상태를 냉정하게 자평했다. 김진욱 1군 감독은 이미 기량에 있어 즉시전력감 평가를 받는 윤명준의 첫 실전 등판을 보기 위해 지난 24일 삼성과의 퓨처스리그 경기(3이닝 무실점)를 직접 관전한 뒤 교통난을 뚫고 인천 SK와의 원정 경기에 뒤늦게 합류를 했던 바 있다.
“저만 보러 오신 것이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함께 보러 오셨어요. 정말 감사했지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1군 감독님이 오셔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신다는 데 대해 동기 부여가 컸을테니까요. 특별한 말씀은 직접 못 들었습니다. 경기 중에 다시 1군 경기를 하러 가셨으니까요”.
윤명준에게 당장 중요한 것은 1군 데뷔가 아니라 확실한 몸 상태와 기량 완비였다. 아무리 좋은 구위와 변화구 구사력, 제구력을 갖췄어도 1군 무대는 커다란 긴장감도 함께 주는 무대다. 심신이 완벽할 때 1군에 올라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윤명준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친구 신인 맞나’ 싶을 정도의 어른스러운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아직 훨씬 더 열심히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준비를 하고 2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뒤 1군에 올라야 되니까요. 지금 몸이 나아졌고 아프지 않다고 섣불리 올라가면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테니까요”.
윤명준은 임치영, 문승원(이상 SK)과 함께 고려대 마운드를 이끈 유망주 투수다. 문승원이 3,4학년 시절부터 급성장세를 탄 투수라면 윤명준과 임치영은 저학년 때부터 주축으로 활약했다. 윤명준과 달리 4학년 시절 주춤하며 지명순위가 7라운드까지 밀렸던 임치영은 현재 4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4.00으로 1군 마운드에서 맹활약 중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현재 1군 8개 구단 순수 신인 중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투수 중 한 명이 바로 임치영이다.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그래도 정말 치영이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번에 치영이가 우리 팀과의 경기(26일 문학 SK-두산전)에 나왔었잖아요. 다행히 우리 팀이 앞선 상태였고. 우리 팀이 이기는 것을 전제로 하고 치영이가 씩씩하게 던졌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다른 팀을 상대로는 당연히 잘 던져야지요”.(웃음)
친구를 부러워하는 동시에 자신에 대해서는 냉정한 모습으로 최근 투구와 몸 상태를 돌아본 윤명준. 건강한 몸으로 다시 공을 던지기 시작한 윤명준이 2012시즌 신인왕 판도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