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2선발' 박찬호 없었다면…한화의 끔찍한 상상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4.30 19: 49

박찬호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한화로서는 정말 생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상상일 것이다.
'코리안특급' 박찬호(39)가 지난해 한화 유니폼을 입을 때에만 해도 전력으로서의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구단 안팎에서 전력적인 박찬호보다 유무형적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미칠 정신적-기술적 노하우 전수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 아울러 관중들을 끌어모으고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마케팅적인 기대치가 훨씬 높았다. 전력적으로는 4~5선발에 팀 분위기에 상승효과를 주는 '보너스'라는 것이 박찬호에 대한 냉정한 기대치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 열어 보니 '박찬호 효과'가 가장 큰 것은 최고참으로서의 박찬호도 아니고, 마케팅용으로의 박찬호도 아니다. 바로 마운드 위에 있는 '투수' 박찬호가 한화에 가장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이제 4월 한 달을 보냈지만 박찬호는 무너진 한화 선발진에서 에이스 류현진과 함께 실질적인 원투펀치를 이뤘다. 박찬호가 나온 4경기에서 한화는 3승1패를 거뒀다. 4월 한 달간 기록한 5승 중 3승이 박찬호 선발등판 경기에서 나왔다는 건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한화는 당초 2선발감으로 데려온 외국인 투수 브라이언 배스가 스프링 캠프부터 불안감을 키우더니 결국 시즌 개막 2경기에서 밑천이 드러났다. 배스가 2군으로 내려간 뒤 임시 4선발 체제로 힘겹게 선발진을 꾸려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양훈과 안승민마저 기대치를 밑돌았다. 양훈은 차츰 나아지고 있지만 안승민이 예상밖으로 페이스 회복이 안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류현진과 원투펀치를 이루는 2선발 박찬호의 존재가 큰 힘이다.
기록으로 봐도 박찬호는 어느 팀 2선발과 견 줘도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2선발로는 특급 수준이다. 박찬호는 4월 한 달간 4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2.91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전체 13위. 2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로 제한하면 평균자책점 9위에 해당한다. 박찬호는 4경기에서 21⅔이닝을 소화, 송승준(롯데)·김선우(두산)와 함께 투구이닝 부문에서도 공동 11위에 올라있다. 탈삼진도 17개로 송승준과 공동 8위. 당연히 이 부문 모두 한화 팀 내에서는 류현진 다음이다.
토종 투수들로 제한하면 박찬호의 위력은 더욱 두드러진다. 평균자책점 순위를 토종 투수로만 나열하면 박찬호는 9위에 해당한다. 투구 이닝은 토종 투수 전체 공동 6위. 박찬호처럼 안정적으로 기본 이닝을 던져줄 수 있는 투수가 흔치 않다. 선발진이 난조를 보이고 있는 한화에서는 두 말할 것 없이 귀중한 전력자원이다. 당초 4~5선발 보너스 전력으로 기대된 박찬호는 이제 팀의 운명을 책임져야 할 절대적인 전력의 축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나이 불혹의 베테랑이지만 박찬호는 최고 149km 직구를 뿌릴 만큼 공이 살아있다. 피안타율 2할1푼5리는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전체 7위인데 토종 투수 중 윤석민-류현진-배영수 다음으로 좋다. 그렇다고 힘에만 의존하는 것도 아니다. 땅볼-뜬공 비율이 무려 2.46에 달하는 것에서 나타나듯 지저분한 볼끝, 다양한 변화구, 낮게 형성되는 제구력으로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한대화 감독은 "찬호가 기대한 것보다 더 잘 해주고 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만약 박찬호가 없었더라면 4월 최하위 한화의 성적은 바닥을 뚫었을지도 모른다. 박찬호가 있어 한화가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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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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