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청주구장이었다. 한화에게 2012년 4월의 청주는 떠올리기 싫은 악몽의 나날이었다.
한화는 4월 한 달간 5승12패 승률 2할9푼4리로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청주구장에서 치러진 홈 10경기가 결정타였다. 청주구장에서 한화는 3승7패로 홈 어드밴티지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원정 경기에서도 2승5패로 성적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홈에서 이상하리 만큼 꼬였다. 원정 같은 홈에서 한 달 가까이 경기를 치르다 보니 몸은 몸대로 축 나고, 마음은 마음대로 지쳐갔다.
▲ 청주구장, 얼마나 악몽이었나

기록으로만 봐도 한화는 청주구장의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청주 10경기에서 한화 타자들이 홈런 7개를 치는 동안 한화 투수들은 그보다 10개나 많은 17개의 홈런을 맞았다. 홈런으로 10점 올린 반면 홈런으로 28점을 내줬다. 한화가 청주구장에서 허용한 점수가 60실점인데 절반에 가까운 28점이 홈런 때문이었다. 중앙 펜스까지 거리가 110m로 가장 작은 청주구장 역효과에 시달린 것이다.
그러나 동등한 조건에서 치러진 경기이기 때문에 최하위 추락의 핑계가 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홈에서 충분한 휴식과 컨디션 조절을 할 수 없었던 환경에 있다. 한화는 청주경기 때마다 출퇴근이 아닌 숙소에서 합숙 생활을 했다. 매일 경기 전후로 버스에 짐을 싣고 옮기는 것도 일이었다. 한 두 번도 아니고 매경기 이런 식으로 했으니 원정 같은 홈이었다. 자연스럽게 피로가 더 쌓였다. 선수들도 "스프링캠프에 다녀온 뒤 집에도 몇 번 못 갔다. 원정 같은 생활이 계속되는 바람에 솔직히 체력적으로도 힘든 부분이 많다"고 털어놨다.

청주구장의 열악한 사정도 기록에서 나타나지 않는 한화 선수들에게는 고역이었다. 뒤늦게 내야에 새로운 흙을 뿌려놔 그라운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 청주구장은 어느 때보다 불규칙 바운드가 쏟아졌다. 게다가 배수가 제대로 안 되는 구장 사정상 비가 오면 잔디가 미끄러워져 선수들의 플레이에도 지장을 줬다. 마음껏 플레이할 수 없는 청주구장에서 한화 선수들은 쉽게 이해 안 되는 플레이를 펼쳤다. 유독 청주에서 그런 플레이가 많이 나온 건 단순히 기본기 부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대목이다.
▲ 늑장 행정 대전시 뭐했나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한화가 4월에 부진한 데에는 대전시에도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구연 위원은 "야구는 환경이 정말 중요하다. 한화 선수들이 원정 같은 홈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았다. 인조잔디가 아닌 천연잔디에서만 하느라 플레이에도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홈의 이점을 못살렸다. 대전시에도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의 연고지 대전시는 당초 4월 개막에 맞춰 대전구장 리모델링을 마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를 9월26일에 마친 대전구장은 3개월이 지난 12월24일에야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건축인허가와 공사발주 승인 및 시공사 선정 등 행정적인 절차로 공사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공사를 위한 사전 철거 작업조차도 한 달 넘게 걸렸다. 이미 이때부터 4월 개막 완공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고, 한화의 고난도 어쩌면 예고된 행보였다.
허 위원은 "4월 한 달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가. 대전시가 어떻게 해서든 개막전에 맞춰야 했다.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리모델링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한 건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은 뒤 "대전시에서 야구에 대한 의식이 있다면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마디로 연고 야구단에 대한 주인 의식이 없다. 대전시는 그동안 지원이 미비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소극적으로 일 처리를 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 대전구장 공사, 여전히 진행 중
한화는 내달 8일 KIA를 상대로 대전 홈 개막전을 갖는다. 지역 행사가 있는 11일 롯데전 하루만 청주구장에서 치러질 뿐 본격적으로 대전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과연 대전구장에서도 선수들과 팬들이 100%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될지는 미지수다. 대전구장 리모델링은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며 내달 29일에야 완공된다. 아직 한 달 남짓 더 공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한화 구단은 예정대로 5월8일 대전 홈 개막전 강행을 결정했다. 대신 공사가 진행 중인 증축 관람석을 당분간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 선수단이 원정을 떠났을 때 공사 속도를 높여 29일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단에서는 안전 문제에 최대한 중점을 두고, 증축된 관람석의 통행을 막는 방식으로 경기를 치를 계획이다. 팬들과의 당초 약속을 지키고, 최대한 관람에 있어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허구연 위원은 "경기가 치러져야 할 곳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런 환경에서 선수들이나 팬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겠나. 이런 상황이 오도록 대전시는 도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끌끌 찼다. 공사기간 부족과 기상악화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애초에 공사를 미리 앞당겼으면 벌어지지 않을 일이었다. 대전시의 늑장 행정에 난관에 부닥친 한화도 정처없이 휘청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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