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가 30일 현재, 개봉 5일 만에 160만 관객을 돌파하는 초고속 흥행으로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어벤져스’와 같은 날 개봉해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 ‘은교’와는 무려 두 배 이상이 넘는 스코어 차이가 나는 상황. 누구도 막을 수 없어 보이는 ‘어벤져스’의 메가톤급 흥행의 이유는 무엇일까.
1. 슈퍼히어로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어벤져스’의 가장 큰 매력은 한 영화에서 여러 명의 슈퍼히어로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슈퍼히어로 영화에서는 하나의 영웅이 메인캐릭터로 등장, 모든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마련. 하지만 ‘어벤져스’에서는 한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슈퍼히어로들 6명을 한 데 모아 놓고, 그들이 힘을 합쳐야만 이길 수 있는 상황을 설정한다.
히어로들은 서로 가지지 못한 능력들을 보완하며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다. 무기회사 스타크의 CEO이자 천재 기술자 토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군 비행선이 폭격을 당하자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직접 수리에 나서고,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는 2차 대전 전쟁영웅 출신다운 리더십으로 ‘어벤저스’ 팀의 실질적 리더로 군림하며 작전상황을 진두지휘한다.
헐크(마크 러팔로)는 가공할만한 파워를 자랑하며 존재 자체만으로 위협이 된다. “나에겐 군대가 있다”며 위협을 늘어놓는 적장 로키(톰 히들스턴)를 향해 아이언맨은 “우리에겐 헐크가 있다”고 맞받아칠 정도.
인류를 구하기 위해 신도 가세했다. 인간세상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천둥의 신’ 토르(크리스 헴스워스)가 그 주인공. 힘에서는 헐크에 뒤질지 몰라도 그가 망치 뮬니르와 함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뮬니르는 괴력의 사나이 헐크도 감히 들어 올릴 수 없는 토르만의 무기로, 그가 천둥을 다스릴 수 있게 한다.
비록 초능력을 지니진 못했지만 첩보 능력을 가진 암살 스파이 전문가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와 영화 ‘반지의 제왕’의 레골라스를 연상시키는 백발백중 명사수, 호크 아이(제레미 레너)도 빼놓을 수 없다.
2. 인간미 넘치는 영웅들..서로 싸우기까지?
‘어벤져스’가 단순히 슈퍼히어로들이 함께 모여 악당을 물리치는 것으로 끝났다면 그저 그런 히어로 영화로 잊혀졌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영화는 영리하게도 히어로가 한 명이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던 상황을 갈등으로 설정하며 기존 히어로 영화들과 차별화를 꾀한다. 바로 무엇보다 자신의 능력을 믿는 개성강한 영웅들이 팀을 이뤘을 때 벌어지는 문제들을 그리는 것.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국제 평화유지기구 쉴드의 국장 닉 퓨리(사우엘 L.젝슨)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슈퍼히어로들을 불러 모았지만, 각기 개성이 강한 이들의 만남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 초반 여섯 명의 히어로들은 작전 수행에 의문을 제기하며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팀은 와해된다.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줄로만 알았던 슈퍼히어로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고 갈등하는 모습들은 관객들에게 당혹감을 주기도 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히어로들의 모습은 오히려 관객의 공감을 얻는데 성공했다.
물론 화려한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에게 이들이 화합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초반 1시간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히어로들이 적군과 싸우는 장면만 이어지는 물량공세를 퍼부었다면, ‘볼거리는 많았지만 내용은 없었다’는 지적을 받은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었던 상황. 어쩔 수 없이 ‘어벤져스’는 탄탄한 원작 캐릭터들을 살리는 위험한 선택을 했지만, 적어도 ‘볼거리만 있고 내용은 없다’는 지적은 피해갈 수 있었다.
3. 마블코믹스의 두터운 팬층
영화 ‘헐크’, ‘엑스맨’, ‘스파이더맨’, ‘퍼스트 어벤져’, ‘고스트 라이더’, ‘판타스탁4’, ‘아이먼맨’의 주인공들은 모두 마블코믹스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어벤져스’도 마찬가지. 마블코믹스는 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만화책 출판사로, 대부분의 마블코믹스 캐릭터들은 ‘마블 유니버스’라는 하나의 세계관 속의 거주자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때문에 비록 영화에서는 원작과는 살짝 다른 라인업으로 ‘어벤져스’ 팀이 꾸려졌지만, 이는 마블 캐릭터들을 ‘마블 유니버스’ 틀 안에서 인지하고 있는 골수팬들에게는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 이는 오히려 마블코믹스 만화 자체를 사랑하는 팬들은 인지도 높은 캐릭터 위주로 재편된 ‘뉴 어벤져스 팀’에 더 열광할 수 있게 하며, 마블의 팬이 아닌 각 히어로 캐릭터의 팬들까지 불러 모아 흥행에 시너지 효과를 낸다.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쌓아온 마블코믹스의 두터운 팬층과 6명 히어로 캐릭터들 팬들 모두가 앞으로도 꾸준히 극장가를 찾는다면 ‘어벤져스’의 흥행 전망은 여전히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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