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마무리 잔혹사, 올 시즌 타개책은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5.01 09: 51

리그 최고의 강속구 투수도 답이 되지 못했다.
LG는 지난달 27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올 시즌 마무리 투수 역할을 소화했던 레다메스 리즈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앞으로 리즈는 2군 마운드에서 투구수와 소화이닝을 늘려가면서 선발투수로 복귀할 예정이다.
이로써 LG는 2004시즌부터 시작된 마무리 잔혹사를 9시즌째 이어갈 위기에 놓였다. 본래 LG는 김용수·이상훈의 철벽 마무리를 보유했던, 뒷문 걱정이 없던 팀이었지만 2004년 이상훈이 SK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다음부터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마무리 잔혹사를 겪고 있다.

2004시즌 LG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OB·두산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진필중을 영입, 2003시즌 30세이브를 올린 이상훈의 공백을 메우려했었다. 하지만 진필중은 불과 32⅔이닝만 소화했고 마무리 투수 보직을 맡은 이례 최악의 성적인 15세이브 평균자책점 5.23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후 LG는 5시즌 동안 마무리 투수 오디션을 진행했다. 표면적으로는 불펜에서 마무리 투수로 가장 적합한 선수를 뽑은 일이지만 실상은 돌려막기에 가까웠다. 2005시즌 신윤호, 장문석, 경헌호 중 누구도 답이 되지 못했고 2006시즌 외국인 선수 매니 아이바는 부상으로 한 번도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하고 퇴출, 아이바의 바통을 이어 받았던 김민기도 고전했다. 그나마 2006시즌 후반 우규민이 평균자책점 1.55 17세이브로 미래를 기대케 했지만 2007시즌 30세이브를 기록하고 난 후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2008시즌과 2009시즌 정재복과 이재영이 임시적으로 마무리로 뛰어봤지만 결과는 어김없이 실패였다. 2010시즌 LG는 아이바 이후 두 번째로 외국인 마무리 투수를 선발, 오카모토 신야에게 경기 마지막 순간을 넘겼다. 그러나 오카모토는 전반기의 활약을 이어가지 못했고 후반기 구위저하로 절반의 성공을 거둔 채 떠났다.
 
2011시즌 김광수부터 임찬규, 그리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송신영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의 염원과 함께 마무리 잔혹사를 종결짓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지만 이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임찬규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채 연속 볼넷으로 무너졌고 송신영도 결정적인 경기에선 팀의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올 시즌은 지난해 시속 160km를 상회하는 강속구로 선발 마운드를 지켰던 리즈를 마무리로 전환, 그야말로 초강수를 뒀지만 이마저도 실패로 끝났다. 리즈는 지난 13일 KIA전에서 프로야구 초유의 16연속 볼·4연속 볼넷으로 자멸하더니 26일 넥센전도 3연속 볼넷으로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결국 또다시 LG의 마무리 자리는 공석인 상태다. 올 시즌 마무리를 제외한 불펜진이 선전했기 때문에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 번에 꼽을 만한 카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좌완 에이스 봉중근은 재활 후 이제 막 1군 마운드에 3경기 등판했고 베테랑 좌완 이상열과 류택현에게 마무리 투수란 짐은 너무 무거울 수 있다. 전지훈련 이전 마무리 투수 후보였던 한희와 우규민은 아직 자신의 베스트를 보여주지 못하는 중이다. 평균자책점 1점대를 기록하고 있는 유원상이 해답이 될지 모르지만 풀타임 불펜 경험이 전무하다는 불안요소도 지니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올 시즌의 성패를 좌우할 시기로 이번 주를 꼽았다. 특히 오는 주말 두산과 어린이날 3연전에 대해 유난히 관심을 보이며 이 3연전을 기점으로 LG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판가름 날 것이라 전했다.
어쨌든 이번에도 마무리 투수 오디션은 시작됐다. 김 감독의 선택이 집단 마무리 체제일 수도, 아니면 리즈 때처럼 또 다른 의외의 카드일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것은 올 시즌 LG 마운드 운용의 핵은 불펜진이고 불펜진의 중심에는 마무리 투수가 자리한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선발진을 깊이 있는 불펜진이 뒷받침하는 게 LG 마운드의 청사진이었다. 이번 주 결전을 앞둔 김 감독이 어떤 해답을 쥐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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