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경기 만의 선발 출장이었다. 자신의 자리가 아닌 중앙 미드필더로 58분을 뛰었고 결국 아쉽게 교체됐다. 언론은 그에게 평점 5점을 매겼다. 그러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벤치로 들어가는 '산소탱크' 박지성(31)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맨유는 1일(한국시간) 새벽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201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맨시티와 '맨체스터 더비'서 0-1로 패하며 리그 1위를 빼앗겼다.
무승부로 승점 1점만 추가해도 우승 경쟁에서 유리해지는 맨유는 초반부터 수비적인 전술로 나섰다. 자신의 원래 포지션 대신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박지성 역시 퍼거슨의 수비 전술을 완성시키기 위한 한 조각의 퍼즐이었다.

7주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선수답지 않게 박지성은 초반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며 야야 투레를 효과적으로 마크했다. 특히 맨시티의 역습 찬스에서 흐름을 늦춰주고 패스를 차단하는 등 수비적인 움직임에 있어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0-0의 팽팽한 대치 상황이 이어지던 전반 추가시간, 세트피스 상황에서 터진 빈센트 콤파니의 헤딩슛이 아니었더라면 아마 박지성은 조금 더 오래 뛸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이라는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적어도 전반전까지 맨유의 수비 전술은 맨시티의 공격 루트를 봉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세트피스에서 허용한 실점 하나가 박지성을 그라운드 밖으로 불러냈다. 당장 만회골이 절실한 상황에서 팀 전체가 공격에 더 많은 비중을 두기 위해서는 교체 카드가 필요했고, 박지성은 가장 먼저 그 대상으로 선택됐다. 최전방 웨인 루니와 투톱에 설 수 있는 대니 웰벡이 박지성을 대신했다.
경기 후 영국 매체인 스카이스포츠는 박지성에 "제대로 뛰지 못했다"며 평점 5점을 매겼다. 팀 내 최저 평점이다. 그러나 박지성이 받은 5점이 팀 내 최저 평점이라는 것에 큰 의미는 없다.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크리스 스몰링 역시 평점 5점을 받았고 2번의 선방을 기록한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는 평점 6점을 받았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맨유의 모든 선수들이 평점 5~6점에 그쳤다. 그만큼 맨유의 경기력은 좋지 않았던 것.
퍼거슨 감독은 교체되어 들어오는 박지성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줬다. 8경기 만의 선발 출장에서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에게 기대했던 임무는 따로 있었을 것이다. 경기력이 저하되고 컨디션이 떨어진 감이 있어도 박지성은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이날 경기의 패배가 박지성에게 더 큰 아쉬움을 남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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