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개봉하는 영화 '코리아'(문현성 감독)가 '어벤져스'와 '은교'가 주도하고 있는 극장가에 활기를 더할 예정이다. '코리아'는 '한국형' 스포츠 영화의 탄생이라고 할 만큼, 스포츠 영화라는 장르가 한국 정서에 강하게 녹아든 작품이다. 어떤 점이 '코리아'를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코리아'는 1991년 자바 세계선수권 대회 당시의 남북한 단일팀 코리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그렸다. 어쩔 수 없이 단일팀이 된 남북한 탁구선수들은 너무 다른 가치와 이념 속에서도 탁구를 통해 하나가 된다.
하지원이 실존인물 현정화 선수로 분했고, 배두나가 북하 선수 리분희를 연기한다. 각각 '해운대', '괴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바 있는 보기 드문 여배우들. '1000만 배우'라 불리는 이들은 그 조합만으로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케 한다.

'코리아'는 잘 살펴보면 역대 스포츠 영화 흥행 1위인 '국가대표'(848만여명)와 2위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 404만여명)을 미묘하게 합쳐놓은 듯한 영화다. 그 흥행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야구, 축구가 대표적인 스포츠 인기 종목이라면 '국가대표'와 '우생순'은 각각 스키점프와 핸드볼이라는 비인기 종목을 소재로 드라마를 구성했다. 비인기 종목의 드라마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선사한다. 변방에 머물렀던 그 스포츠들에게도 엄청난 우주가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강하게 감정 이입하게 된다.
'코리아' 역시 현정화라는 국민 스타가 있긴 하지만, 그간 영화에서 잘 조명되지 않았던 탁구라는 비인기 종목을 재조명했다. 하지원과 배두나가 온몸을 적시듯 땀을 흘리며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공을 튀기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볼거리다.
여기에 '코리아'와 '우생순'과의 공통점은 흔히 스포츠 영화=남자 영화라는 편견을 깨고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통 스포츠 영화라고 하면, 남성들의 진한 우정과 운명적 라이벌 등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실제로 여성관객들이 '코리아'의 예매를 주도한다는 분석이 나온 것처럼 여성 중심의 팀플레이 이야기도 충분히 감동적임을 '우생순'은 입증했다.
여기에 '코리아'에 새롭게 추가된 소재는 '남과 북'이다. 요즘 '한반도', '더킹 투하츠', '베를린',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남과 북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나 영화들이 줄줄이 만들어지거나 제작 단계에 있다. '남과 북'을 소재로 큰 흥행을 거둔 최근 작품은 송강호, 강동원 주연 '의형제'를 꼽을 수 있다.
'코리아'에서 남북의 분단 문제는 '왜 통일이 되어야 하는가'란 문제를 현실적으로 이미지화해 보여준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서로에게 점차 마음을 열고 '하나'를 위해 서로를 희생하며 도전을 펼쳐 영광의 순간을 함께 했으면서도 분희에게 편지도, 전화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슬퍼하는 정화의 모습은 강력한 울림이 되기에 충분하다.
여성-여성 투톱의 모습도 새롭다. 특히 영화에서 스포츠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이 둘의 관계인데, 하지원이 여성이라면 배두나는 남성의 구조라고도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하고 소리없이 부딪히는 감정을 몸으로 느꼈지만,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이해하고 좋아하게 된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러브스토리와도 흡사하다.
하지원이 겉보기에 새침해 보이지만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책임감 강하고 동생들 잘 챙기고 본인 앞가림도 잘 하는 성실한 여자라면, 배두나는 도도하지만 거만하지 않고, 자존심 세지만 따뜻한 속내를 지녔으며 뛰어난 실력을 지닌 멋진 남자의 캐릭터다. 배두나는 이런 리분희 역에 특히 여자들이 열광하는 것을 아냐는 질문에 "나 역시 내가 빠져들고 좋아하는 캐릭터를 소화한다. 내가 여자라서 아무래도 내가 반하는 캐릭터를 선택하게 되고, 그래서 여성 관객들도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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