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에서 첫 해를 보내고 있는 오릭스 이대호(30)가 4월까지 개막 한 달간의 일정을 마감했다. 4월의 마지막 경기에서 끝내기 역전승의 발판이 된 동점 솔로홈런을 날리며 기분 좋게 마무리했지만 전체적인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대호는 4월까지 오릭스의 24경기 모두 빠짐없이 4번타자로 선발출장했다. 86타수 20안타 타율 2할3푼3리 2홈런 10타점. 기대한 홈런이 2개에 그쳤지만 2개를 치고도 퍼시픽리그 홈런 부문 공동 6위에 오를 만큼 이대호만의 문제는 아니다. 퍼시픽리그 홈런 1위 그룹이 친 게 고작 4개. 센트럴리그 홈런 1위 블라디미르 발렌티엔의 6개가 최다 기록이다.
문제는 이대호 특유의 정교함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퍼시픽리그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37명 중 24위에 불과하다. 홈런 2개와 2루타 3개로 장타율도 0.337(20위)에 머물고 있다. 역대 한국프로야구 출신 일본 진출 타자들의 첫 해 4월 성적과 비교해도 이대호의 성적은 떨어지는 편이다.

역대 한국인 타자 중 4월까지 성적이 가장 좋은 선수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었다. 지난 1998년 주니치 유니폼을 입고 일본 무대에 뛰어든 이종범은 4월까지 개막 후 23경기에서 83타수 28안타 타율 3할3푼7리 2홈런 14타점 10도루로 펄펄 날았다. 당시까지 센트럴리그 타격 5위와 도루 1위에 해당하는 호성적으로 일본 무대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이종범 다음으로는 2010년 지바 롯데 김태균이 좋았다. 개막과 함께 6연타석 삼진으로 출발한 김태균이었지만 페이스를 회복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4월까지 개막 32경기에서 123타수 37안타 타율 3할1리 3홈런 25타점을 올리며 지바 롯데의 4번타자로 연착륙하는데 성공했다.
이승엽과 이병규는 준수한 수준이었다. 2004년 지바 롯데에서 일본 야구 첫 해 보낸 이승엽은 4월까지 개막 후 28경기에서 104타수 27안타 타율 2할6푼 4홈런 15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4월말 몸에 맞는 공으로 오른쪽 팔꿈치를 다친 후 페이스가 꺾이기 시작했다. 2007년 주니치에서 시작한 이병규도 4월까지 개막 26경기에서 103타수 29안타 타율 2할8푼2리 1홈런 10타점이라는 무난한 성적으로 적응 기간을 보냈다.
가장 부진한 선수는 2010년 소프트뱅크에 몸담았던 이범호였다. 마쓰다 노부히로와의 3루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지명타자와 대타로 제한된 역할을 부여받은 이범호는 4월까지 팀의 31경기 중 16경기에만 나와 48타수 10안타 타율 2할8리 2홈런 4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았고 적응할 시간도 모자랐다.
하지만 오릭스는 9승14패1무 퍼시픽리그 5위라는 부진한 성적에도 이대호를 4월 전경기에 4번타자로 고정시켰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듯 이대호는 4월 마지막 5경기에서 15타수 5안타 타율 3할3푼3리로 반등세를 보였다. 마지막 경기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터뜨리는 등 볼넷 6개를 골라내며 삼진도 4개밖에 당하지 않았다. 조금씩 적응해가는 과정에 있다. 4월의 부진이 이대호에게는 몸에 좋은 쓴 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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