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사재혁이 亞선수권서 얻은 수확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5.02 09: 46

이만하면 성공적인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장미란(29, 고양시청)과 사재혁(27, 강원도청)이 아시아 역도선수권대회에서 순조롭게 컨디션 점검을 마쳤다.
'한국 역도의 간판' 장미란과 사재혁은 지난주 런던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해 치러진 '2012 평택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에서 3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런던올림픽을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사실 아시아 역도선수권대회는 주로 각국의 유망주들이 나오는 대회다. 이미 세계대회에서 기량을 인정 받은 장미란과 사재혁은 그 동안 굳이 아시아 역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아시아 역도선수권대회가 런던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하는 데다 둘 모두 잦은 부상에 시달렸던 라 컨디션을 점검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출전했다.
▲ 장미란, 1년 7개월만의 국제대회서 손맛을 보다
장미란은 2010년 11월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고질적인 부상에 발목을 잡혀 지난 해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대회에서 월등한 기량차를 선보이며 우승한 후에도 장미란은 "부상 때문에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아시아선수권대회가 규모가 작은 대회라고는 하지만 국제대회를 경험한다는 점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현재 여자 역도 +75㎏급 세계기록은 인상 175㎏(타티아나 카시리나, 러시아) 용상 187㎏(장미란) 합계 328㎏(주룰루, 중국)다. 장미란이 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급부상한 경쟁자들은 장미란이 세웠던 기록을 하나씩 경신해나갔다.
이번 대회에는 아시아의 강자들이 불참, 장미란은 사실상 경기 전부터 우승을 확정지었다. 다른 참가 수들을 압도한 장미란은 인상 125㎏ 용상 165㎏를 들어올리며 합계 290㎏의 기록으로 대회 3관왕에 올랐다. 그러나 자신의 최고 기록(인상 145㎏·용상 187㎏·합계 326㎏)에는 한참 부족하다.
그러나 장미란은 "기록상으로는 40% 정도, 몸상태는 80% 정도"라며 "남은 기간 동안 중량도 높여보고 성공하는 중점을 둘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장미란이 무리하지 않은 이유는 첫째도 부상, 둘째도 부상 때문이었다. 부상에 발목을 잡혔던 장미란으로서는 올림픽을 앞두고 구태여 무리할 필요가 없었던 것. 안정적인 기록으로 우승을 확정짓고 국제대회의 '손맛'을 본 것만으로도 장미란의 목표는 거의 달성된 셈이다.
여기에 '그랜드슬램' 달성이라는 보너스까지 얻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장미란은 그 동안 유일하게 우승기록이 없었던 아시아선수권마저 우승으로 장식하며 당당히 '그랜드슬램'의 호칭을 얻게 된 것.
"메달보다 기록에 대한 욕심이 더 크다"는 말로 세계신기록 경신을 노린다는 포부를 밝힌 장미란은 오랜만의 국제대회에서 맛본 손맛을 이어가며 부상 없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 '한국신기록' 도전했던 사재혁, 자신감을 얻다
사재혁은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체력 관리를 위해 이번 대회에 한 체급을 올려 출전했다. 80㎏으로 불어난 체중을 지금 무리해서 감량하는 것보다 3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에 맞춰 조절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77㎏급 대신 85㎏급으로 체급을 변경해서 출전한 사재혁의 성적표는 인상 167㎏ 용상 203㎏으로 합계 370㎏. 이란의 로스타미와 모라디에 밀려 각 부문 3위에 오르는 그쳤지만 의미가 있는 결과였다.
이번 대회에서 사재혁이 노렸던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그 동안 정체기에 들어섰던 자신의 최고기록을 향상시키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그리고 사재혁은 인상에서 기존 자신의 최고기록이었던 165㎏을 넘는 167㎏을 들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비록 체급 변경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기록 경신의 장애물로 작용했던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떨쳐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재혁 역시 "몸도 많이 좋아지고 기록 경신이 충분히 가능한 상태인데 예전에 다쳤던 기억 때문인지 트라우마가 있다. 그런 부분을 극복하면 기록 경신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이야기했던 바 있다.
두 번째 목표는 한국신기록 경신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신기록에 도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던 사재혁은 인상과 용상에서 각각 한국신기록에 도전했다.
현재 남자 85㎏급 한국기록은 인상 170㎏ 용상 212㎏이다. 비록 시도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에서 절반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컨디션 점검을 순조롭게 마치고 자신감을 찾은 사재혁의 과제는 체중 감량 후에도 기록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주 종목이었던 용상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만큼 용상에 대한 집중 훈련이 필요하다.
그 동안 부상 때문에 경기를 많이 치르지 못했던 사재혁이 아시아 역도선수권대회에서 드러난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올림픽의 결과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각자 목표의 세부사항은 다르지만 그 끝이 가리키는 방향은 같다. 길고 어두운 부상의 터널에서 빠져나온 두 사람의 역사(力士)가 평택에서 번쩍 들어올린 바벨로 런던을 정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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