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고도 모른척', 놀라운 박종윤의 자신감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5.02 10: 13

"작년에는 주로 대타로 나왔잖아요. 그래서 살아서 나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타격이 더 힘들었어요".
올 초 가고시마 스프링캠프서 박종윤(30,롯데 자이언츠)은 2011년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지난해 박종윤은 111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2리를 기록하며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었다. 하지만 장타율은 3할6푼9리에 그쳐 타석에서 존재감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홈런도 2개에 그치며 2010년 8개보다 훨씬 부족했다.
박종윤은 "작년(2011년)엔 주로 대타로 나갔기 때문에 내 스윙을 못했다. 무조건 살아 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다"면서 "이번에는 감독님께서 주전 보장도 해 주셨다. 좀 더 편한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설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프로입단 12년 만에 주전자리를 꿰찬 박종윤은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믿음에 보답하고 있다. 최근 5번 타자로 주로 출전하며 클린업트리오를 이루면서 타율 3할4푼8리(6위), 1홈런 9타점으로 롯데의 초반 돌풍에 일조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 시즌 박종윤이 가장 크게 달라진 걸 꼽아 본다면 바로 자신감이다. 박정태 타격코치는 "타자로서 한 단계 올라섰다. 자신감이 눈에 보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 1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 전에선 박종윤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이 있었다. 박종윤은 5-0으로 앞선 6회 무사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마운드에 선 한현희는 6회 피안타 1개와 사구 1개로 흔들리고 있던 상황. 한현희의 공은 박종윤의 왼쪽 무릎을 스치며 포수 미트로 들어갔다. 하지만 박종윤은 미동도 하지 않았고, 태연한 박종윤을 본 박근영 구심 역시 사구를 선언하지 않았다.
끝내 박종윤은 한현희의 5구를 잡아당겨 2루 주자를 불러들이는 우전 적시타를 날렸다. 이후 롯데 타선은 폭죽처럼 연달아 터지며 6회에만 타자일순 5득점에 성공, 경기를 사실상 결정지었다. 박종윤의 안타와 동시에 롯데는 올 시즌 팀 3번째, 리그 5번째 선발 전원안타를 기록했다. 
그냥 걸어나가 출루율을 높일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박종윤이 안 맞은척 한 것은 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기인했다. 주전자리 보장이 선수를 이렇게 바꿔놓은 것이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박종윤은 "솔직히 선발 전원안타 기록은 전혀 몰랐다. 기록을 의식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박종윤은 과연 사구에 맞은 걸 몰랐을까. 그는 "무릎에 살짝 스쳤다. 그렇지만 직접 공에 맞은 건 아니라 아프진 않다"고 인정했다. 이어 박종윤은 "만약 경기가 접전이었으면 당연히 걸어 나가는 쪽을 택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점수차도 조금 난데다가 무엇보다 (안타를 칠)자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올 시즌 박종윤은 입단 동기였던 이대호를 대신해 주전 1루수 자리를 굳혔다. 박종윤은 장타력 면에서 이대호보다 부족하지만 주루나 수비 등에선 오히려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 박종윤은 손사레를 치며 "어떻게 (이)대호와 비교하겠냐. 대호도 수비 정말 좋다"고 겸손한 반응을 보이더니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할 뿐이다. 아직도 주전 자리를 확실히 차지했다는 생각은 없다"고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12년의 세월을 묵묵이 기다려 온 박종윤. 그의 자신감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지난 겨울 쏟은 땀방울이 누구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 주전으로 뿌리내리기 시작한 박종윤이 1루에서 '뿌리깊은 나무'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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