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구종을 갖고도 가장 가깝게, 또 가장 멀리 던질 수 있는 꾀를 지녔다. 그것이 저 친구의 장점이다”.
함께 한 지 4달 정도 되는 또 다른 외국인 투수가 인정한 에이스. 얼마나 빠른 공과 얼마나 좋은 변화구를 던지는 지가 아니라 같은 구종을 갖고도 탄착군을 변화시키는 꾀를 높이 평가받은 더스틴 니퍼트(31, 두산 베어스)가 디펜딩 챔프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시즌 4승에 도전한다.
지난해 15승을 거두며 최고 외국인 투수로 활약한 니퍼트는 올 시즌에도 3승(1완투승) 1패 평균자책점 2.54(1일 현재)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첫 경기만을 부진했을 뿐 니퍼트는 어느새 자기 감을 그대로 찾으며 셰인 유먼(롯데), 브랜든 나이트(넥센)와 함께 올 시즌 외국인 선발 투수로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해 삼성 타선을 상대로 3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41로 호투했던 니퍼트는 지난 4월 19일 7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하며 선발승을 따낸 바 있다. 사사구 5개에 피홈런 2개를 내주기도 했으나 집중타는 맞지 않는 노련미가 돋보였던 경기다. 공동 선두 등극으로 팀 분위기도 좋은 만큼 상승세를 잇겠다는 각오도 대단한 니퍼트다.
함께 한솥밥을 먹고 있는 마무리 스캇 프록터(35)가 보는 니퍼트는 어떨까. 현재 6세이브를 올리며 세이브 부문 단독 선두에 올라있는 프록터는 경기 전 훈련을 소화한 후 동료 선발 투수들의 공을 불펜 뒤에서 시시때때 바라보며 칭찬을 연발한다. 바통을 이어받는 입장인 만큼 선발 투수의 기를 북돋워주기 위한 마무리 투수의 배려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지난 4월 29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니퍼트의 불펜피칭을 함께 보던 중 프록터는 ‘니퍼트가 어떤 투수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라운드에 서서 야구를 직접 하는 입장이 아닌 만큼 ‘지난해 15승을 거둔 투수인데 당연히 에이스가 아닌가’라는 정석적인 답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
“니퍼트가 대단한 것은 구종 추가 등의 변화 없이도 수싸움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을 갖췄다는 점이다. 2년차 시즌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상대 타자가 난감해 할 볼 배합을 보여준다. 어떤 공은 타자가 멀다고 생각하는 바깥 코스에 던졌다가 타자 몸쪽으로 높게 향하며 가장 가까워보이는 코스로 쑥 공을 던진다. 구종의 변화가 아니라 코스 배분 변화로 타자를 상대하는 에이스다”.
프록터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대체로 국내 투수 유망주들은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기 전 또 다른 변화구를 추가하고 ‘내 무기는 몇 개나 된다’라는 점을 앞세운다. 그러나 야구 관계자들은 ‘6~7개의 공을 던진다는 유망주들이 많지만 1~2개 정도만이 결정구로 쓸 만 할 뿐 나머지는 그저 보여주는 공이다. 결국 확실한 제구와 수싸움이 능수능란한 투수가 시즌 때 승승장구한다’라는 답을 내놓는다.
반면 니퍼트는 똑같은 구종에도 코스 변화를 주고 타자의 방망이를 유도해내는 피칭을 펼친다는 평가다. 프록터가 높이 산 점은 완급조절형 변화구를 남발하기보다 때로는 공격적으로 나서며 타자의 허를 찌르는 니퍼트의 기교투였다.
203cm의 큰 신장과 어렵지 않게 150km대 직구를 던질 수 있는 막강한 하드웨어. 여기에 때로는 공격적으로, 때로는 유연하게 나가는 소프트웨어까지 갖춘 에이스 니퍼트. 메이저리그 경력으로는 한 수 위인 동료 선배의 눈을 사로잡은 니퍼트가 5월 첫 경기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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