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치 수비가 승리를 부르고 있다.
지난 1일 잠실 LG-한화전. 2-4로 뒤진 한화가 8회초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노련한 장성호가 대타로 나오며 한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기대대로 장성호는 LG 유원상의 5구째 공을 받아쳐 좌중간으로 깊숙한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이 순간 LG 이대형이 슈퍼소닉처럼 날아들었다. 질풍 같은 스피드로 전력질주하더니 공을 캐치했다.
만약 그대로 공이 빠졌다면 1·2루 주자 모두 홈을 파고들만한 타구였다. 동점이 되고 경기가 미궁으로 흐를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이대형의 슈퍼 캐치가 팀을 구했다. 유원상도 후속 타자 고동진을 병살타로 솎아내며 한화의 상승 흐름을 차단했다. 이대형의 호수비가 투수를 살렸고, LG의 4-2 승리도 지켰다.

이날 경기 뿐만이 아니다. 올 시즌 초반 결정적인 호수비로 팀 승리를 이끄는 장면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잠실 두산-KIA전에서는 두산 우익수 정수빈이 빛났다. 두산이 4-3으로 살얼음 리드를 지키고 있던 9회초 무사 1루에서 KIA 신종길이 우익수 앞으로 빠지는 안타를 쳤다. 무사 1·3루 역전 주자까지 나간 상황. 하지만 두산 우익수 정수빈이 2루를 지나 3루를 노리던 1루 주자 윤완주를 정확하게 원바운드 송구로 아웃시켰다. 흔들리던 두산 마무리 스캇 프록터도 평정심을 찾아 4-3 승리를 지켜냈다.
지난달 24일 잠실 LG-넥센전에서도 넥센 좌익수 장기영이 팀을 끝내기 패배에서 구해냈다. 3-3으로 맞선 9회말 2사 만루에서 LG 이진영이 좌측으로 라이너 타구를 날렸다. 빠르게 날아간 타구가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그 순간 넥센 좌익수 장기영이 몸을 내던져 슬라이딩 캐치했다. 끝내기 패배 위기를 모면한 넥센은 연장 12회 접전 끝에 7-4로 승리해 장기영의 호수비를 빛났다.
시즌 개막전이었던 지난 7일 사직 롯데-한화전에서도 롯데 중견수 전준우가 노련한 수비로 팀의 첫 스타트를 성공적으로 끊는데 앞장섰다. 1-0으로 리드한 3회초 롯데가 무사 만루 위기를 맞았는데 전준우가 최진행의 잘 맞은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건져냈다. 이어 뒤늦게 3루에서 홈으로 리터치한 3루 주자 한상훈까지 홈송구로 잡아내 더블아웃을 이끌었다. 4-1로 승리한 롯데는 당초 우려를 딛고 단독 1위로 순항하고 있다.
클러치 타격만 있는 게 아니다. 투수를 구하고, 팀을 승리로 이끄는 클러치 수비가 있어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필름이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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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