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남·김붕도·류진행..촌스럽다고? ‘귀에 쏙, 인기 쑥’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2.05.02 17: 01

멋있기만한 드라마 주인공은 가라. 요즘은 촌스러운 이름을 내세운 남주(남자 주인공)들이 대세다.
유준상은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미국에서 의사로 돌아온 멋진 테리 강으로 출연 중이다. 아내 차윤희(김남주) 밖에 모르는 다정하고 멋있던 테리 강이 방장수(장용)의 잃어버린 막내 아들 방귀남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시청자들의 관전 포인트는 달라졌다. 귀한 아들이라는 뜻의 귀남이라는 이름은 감동적이지만 문제는 방 씨 성을 가진 것이었다. 차윤희는 테리 강이 방장수의 잃어버린 아들 방귀남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그 사람은 하필 방 씨냐"며 한참을 웃어댔다.
MBC 일일시트콤 ‘스탠바이’에는 이름만 들어도 진행을 잘할 것 같은 이름, 류진행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실장님 전문 배우로 이미지를 굳혀온 류진은 사고뭉치 아나운서 류진행이라는 코믹한 배역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tvN 수목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에는 조선시대의 엄친아로 외모 되고 머리도 되고 성격도 좋은 인물 김붕도(지현우)가 등장한다. 2012년을 타임슬립한 김붕도는 급변한 세계 만큼이나 촌스러워진 이름으로 최희진(유인나)을 아리송하게 만들었다.

코미디에 방점이 찍힌 시트콤 ‘스탠바이’를 제외하고 가족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사극과 현대극을 오가는 타임슬립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의 주인공 방귀남과 김붕도는 극중 이름과 동떨어진 진지한 연기를 펼친다.
제작진이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동떨어진 촌스러운 이름을 선택하는 이유는 뭘까. 한 방송 관계자는 “한 번 말하면 기억에도 쉽게 남고 또 부를 때마다 즐거운 이미지가 있어 프로그램에 대한 호감이 증가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tvN 측은 “드라마를 캐릭터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다”며 “로맨틱 코미디, 가족드라마, 시트콤이라는 장르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사극이나 스릴러에서 방귀남, 김붕도 같은 이름은 좀체 나오기 힘들다. 전체적으로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김붕도의 경우, 처음에는 욕 같기도 하고 낯설지만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나. 그만큼 인기도 올라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증가시키기 위한 남자 주인공들의 전유물이었던 ‘훈’이나 ‘빈’ 같은 판에 박힌 이름 대신 이제 시청자들은 친근함을 더 큰 매력 포인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제2, 제3의 방귀남과 김붕도, 류진행은 계속 만들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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