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 오재일 홈런에 유달리 기뻐한 사연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05.03 06: 16

김시진(54)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가끔 내야수 오재일(26)을 이야기할 때 '바보'라고 부른다. "기회를 그렇게 줘도 먹지를 못한다"며 아쉬움을 가득 담아 부르는 말이다.
지난 2005년 현대에 입단한 오재일은 상무 제대 후 2009년 히어로즈 시절부터 꾸준히 40경기 정도에 출장했다. 그러나 그는 2009년 43경기 1할9푼7리, 2010년 39경기 1할3푼3리, 2011년 46경기 2할3푼에 그쳤고 김 감독은 그를 더 길게 쓰지 못했다.
그는 김 감독이 말하는 "열심히 하는 걸 아는데 못하니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선수" 중 한 명이기도 했다. 특히 이번 겨울 마무리훈련서부터 스프링캠프까지 정교한 타격을 익히는데 힘을 쏟으면서 누구보다 많은 땀방울을 흘렸다. 모든 코치들이 "올해는 오재일을 지켜보라"고 했다.

오재일은 지난달 7일 잠실 두산 개막전에서 팀이 5-2로 앞선 8회 중월 솔로포를 때려내며 올해 달라졌음을 알리는 듯 했다. 그러나 그 후로 방망이가 다시 맞지 않았다. 그는 이후 지난 1일 목동 롯데전까지 15경기 동안 홈런 없이 1할2푼5리에 그쳤다.
다시 얻은 기회를 날려버리는가 싶었던 그가 살아났다. 2일 목동 롯데전에서 2회 선취 적시 2루타를 때려낸 데 이어 팀이 4-4로 맞선 8회 1사 2루에서 우월 결승 투런포를 쏘아올리며 맹활약했다. 평소 덕아웃에서 별 움직임이 없는 김 감독이 그의 홈런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오)재일이가 결정적인 한 방을 해줬다. 오늘 같은 날을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그렇게 땀을 흘렸다. 그 땀이 오늘의 기쁨을 낳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은 "재일이가 오늘을 계기로 자신감을 갖고 잘 풀릴 것"이라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김 감독이 믿었던 것은 결국 오재일의 거포 능력보다 그의 땀, 노력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부진했던 오재일을 계속 6번타자로 중용하며 다시 꾸준히 기회를 줬던 것이다. 오재일은 몇 번의 실패 끝에 귀중한 홈런포를 때려냈다. '아픈 손가락'과도 같던 제자의 홈런에 김 감독은 어느 누구의 안타보다도 더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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