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을 안 먹기 위한 야구를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제가 너무 맞추는 타격만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타인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컨택 능력. 그와 함께 홈런을 심심치 않게 때려낼 수 있는 파괴력을 바랐다. 팀의 3번 타자로서 어떻게 해야 장기적인 발전을 노릴 수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타격 기계’ 김현수(24, 두산 베어스)의 야구 욕심은 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작을 수도 있고 아니면 염두에 둔 것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
김현수는 올 시즌 15경기 3할3푼9리(56타수 19안타, 2일 현재) 홈런 없이 7타점 2도루를 기록 중이다. 시즌 개막과 함께 종아리 부상으로 주춤했던 김현수는 현재 자신의 자리에서 정확한 타격을 구사하며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김현수가 한 첫 마디. “저는 최악의 3번 타자에요”라는 이야기였다. 3할대 중반의 타율을 기록하는 타자가 자신을 최악의 3번 타자라며 격하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강)정호(넥센), (정)성훈(LG) 형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듭니다. 홈런을 치는 만큼 팬들에게 어필하는 점이 있으니까요. 그에 반해 저는 침체되어 있는 느낌이랄까. 최근 몇 년 간 제 타격을 돌아보면서 2010시즌이 도전의 정점이었다고 생각해요. 지난 시즌 삼진도 많이 당하고 홈런도 많이 안 나왔지만 오히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았나 싶어요”.
2008년 3할5푼7리 9홈런 89타점을 기록하며 풀타임 2년차 만에 타격 기계로 팬들에 이름을 알린 김현수는 2009년 3할5푼7리 23홈런 104타점을 올리며 커리어하이 성적을 올렸다. 2010시즌 장타와 컨택의 기로 속 장타를 택한 김현수는 3할1푼7리 24홈런 89타점의 성적을 올렸고 지난 시즌에는 3할1리 13홈런 91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만 20세 타격왕좌에 오른 타자의 근간 성적표에 대해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현재 김현수는 좋은 컨택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3번 타자다. 그러나 팀을 상징하는 클린업 트리오 일원으로서 호쾌한 한 방이 없다는 점. 이는 김현수 스스로 느끼는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삼진을 당하지 않기 위한 타격을 하면서 오히려 상대 투수들에게 위압감을 갉아 먹고 있지 않은 지에 대한 자아성찰이었다.
“너무 맞추는 타격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성적이 좋아 보인다고는 해도 상대 투수들이 제게 위협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투수가 공격적으로 나설 때 타자도 공격적으로 나서는 과정을 통해 야구가 더 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태균(한화) 선배도 높은 타율(4할7푼1리)을 보여주고 있지만 제대로 뜨는 타구가 없어서 감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하니까요”.
그와 수년 간 대화를 하면서 줄곧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2010년부터 주위에서 ‘김현수 답지 않게 타율이 낮은 편이다’라며 부진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3할 타자라는 수식어도 어디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인가요”라며 컨택 능력 배가보다 장타 양산에 대한 바람을 넌지시 이야기한 바 있다. 올 시즌 개막 전 전지훈련에서도 김현수는 “빠른 배트 스피드를 바탕으로 장타도 심심치 않게 때려낼 수 있는 타자”로서 입지를 굳히길 바랐다. 자타가 공인하는 컨택 능력을 구축하는 동시에 장타력에 대한 열망을 넌지시 내비췄던 김현수였다.
반면 김진욱 감독은 김현수에게 “3번 타자로서 리딩히터에 도전할 수 있는 강력한 컨택 능력”을 바라고 있다. 테이블세터들이 선행 주자로 나갔을 때 김현수가 정확한 컨택 능력으로 주자를 홈으로 인도하고 4번 김동주-5번 최준석에게 타점 기회를 연이어 제공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현수는 “3할 타율도 분명 고타율”이라며 장타에 대한 자신의 열망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이야기했다. 3번 타자는 통념적으로 ‘팀 내에서 가장 타격 면으로 완성된 선수’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클린업트리오 포문을 여는 타자로서 그저 정확한 타격만이 아닌 장타도 때려내면서 투수에게 주는 위압감을 키워나가길 바란 김현수의 뜻이다.
“스몰볼적인 측면이 분명 팀 플레이에 조화되어야 하겠지요. 그러나 강호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그저 똑딱똑딱 치는 타격으로는 기량이 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진을 먹더라도 팀을 위한 순간에는 결정적인 장타를 때려낼 수 있는 타격을 하고 싶어요”.
김 감독의 복안도, 김현수의 생각도 둘 다 맞는 이야기다. 3번 타자로서 가장 정확한 타격을 바라는 감독의 뜻이나 필요한 순간 호쾌한 장타로 상대 투수진을 위축시킬 수 있는 타격을 꿈꾸는 타자의 바람. 가장 좋은 방안은 김현수가 최적의 컨택 타격에서 파괴력 넘치는 장타력까지 내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야구 욕심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 김현수가 어떤 자세로 타석에 들어설 것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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