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감독, “고창성, 땅볼 유도형 투구 바란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5.03 10: 52

“유주자 시에도 믿고 맡길 수 있는 계투 요원이었다. 땅볼 유도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분석당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결정구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 팀에 없어서는 안 될 계투 요원인 만큼 하루 빨리 제 감각을 찾길 바랐다.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이 사이드암 고창성(28)에 대해 밝힌 이야기는 단순하게 “살아나야 한다”라는 한 마디가 아니었다.
2009~2010시즌 두산 계투진에서 롱릴리프와 셋업맨을 오가는 필승 계투로 맹활약하며 도합 38홀드를 올린 고창성은 지난 시즌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51경기 1승 4패 14홀드 평균자책점 4.44에 그쳤다. 그리고 올 시즌 초반 고창성은 8경기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14.40(2일 현재)으로 필승조 기대치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2일 대구 삼성전서도 고창성은 ⅓이닝 1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상대의 추격권 진입을 막지 못했다. 첫 타자 진갑용에게 좌중간 2루타를 내준 고창성은 조영훈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으나 김상수를 볼넷으로 출루시켰고 승계 주자들이 모두 홈을 밟으며 2실점을 떠안았다.
경기 전 김 감독은 고창성에 대해 가장 아쉬운 점을 이야기했다. 주무기 중 하나인 서클 체인지업으로 땅볼을 양산하던 2~3년 전 고창성의 모습을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이었다.
“창성이가 가장 믿음이 갔던 부분은 승계 주자가 1루에 있을 때도 타자로부터 땅볼을 유도해 병살까지 이끌 수 있던 투수라는 점이다. 그 능력을 통해 좀 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가능하게 했으나 최근에는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필요한 순간 결정구를 떨어뜨려 땅볼을 유도하던 모습이 다시 나와야 할 텐데”.
고창성의 서클 체인지업은 싱커와 혼동될 정도로 구속이 상대적으로 빠른 편이다. 경성대 3학년 시절 캐치볼을 하다가 스냅을 가해 서클 체인지업으로도 싱커 효과를 낼 수 있는 요령을 터득했던 고창성은 데뷔 첫 해인 2008년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1군 5경기 출장에 그쳤으나 이듬해부터는 두산 계투진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1~2점 차로 뒤진 순간에도 선행 주자까지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아 1군 붙박이가 되었던 고창성이다.
그러나 지난해는 물론 올 시즌 초반에도 안정감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는 고창성이다. 김 감독은 2일 경기 후 고창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진갑용에게 내준 첫 피안타를 꼬집었다. 안타가 되었더라도 땅볼로 내야진을 꿰뚫는 타구가 아니라 내야수 키를 넘는 2루타로 이어진 것을 복기하며 나온 이야기였다.
“땅볼 안타가 아니라 외야 좌중간을 꿰뚫는 포물선의 안타를 내줬다는 점이 뼈아팠다. 아직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솔직히 창성이의 2군행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선수에게 출장 시 권한을 주되 스스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믿고 맡기는 경기 출장 기회는 어려워질 것이다”.
웬만해서 선수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려던 감독에게서 나온 발언임을 감안하면 굉장히 날이 선 이야기다. 서클 체인지업도 투심 패스트볼이나 싱커처럼 역회전되는 땅볼 유도형 구질 중 하나임을 감안하면 고창성의 공 탄착군이 생각했던 것보다 높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과 같다.
선수 본인도 괴롭지 않을 리 없다. 2일 경기가 5-3 두산의 승리로 끝난 후 고창성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결과가 좋지 않았던 만큼 선수 스스로도 팀에 미안한 점이 컸다는 점을 의미한다. 3년 전 함께 계투 KILL 라인을 구축했던 선수들 중 이재우가 팔꿈치 수술 재활 중이며 임태훈, 이용찬이 선발진으로 이동한 가운데 유일하게 계투진에 남아있는 고창성의 자존심에도 상처가 되는 시즌 초반이다. 스스로의 신념이 대단한 투수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현재 두산은 7개의 실책을 기록, SK(5실책)에 이어 최소 실책 2위에 오른 팀이다. 그만큼 수비진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는 팀 중 하나다. 땅볼 유도형 구질을 제대로 떨어뜨린다면 충분히 승산있는 투구를 펼칠 수 있는 투수가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현재.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김 감독의 시름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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