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병살타. 역대 최다 기록을 넘볼 만큼 심각한 페이스다.
한화는 지난 2일 잠실 LG전에서 올 시즌 최다 4개의 병살타를 기록했다. 지난달 12일 청주 두산전에서 병살타 3개를 치고도 이겼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2-6으로 패했다. 5월 시작과 함께 병살타 6개로 자멸하며 2연패했다. 5승14패로 승패 마진 '-9'까지 떨어진 최하위 한화는 7위 KIA(6승10패)와 격차도 2.5경기차로 벌어졌다.
공수주에 걸쳐 여러 가지 이유가 많다. 공격적으로 보면 팀 타율 3위(.283)에 출루율은 전체 2위(.362)에 올라있다. 그러나 경기당 평균 득점은 4.21점으로 6위에 그치고 있다. 어이없는 주루사 15개도 문제지만 흐름을 딱 끊는 병살타의 문제도 심각하다. 19경기 중 13경기에서 병살타를 쳤고 이 경기에서 3승10패로 무너졌다.

올해 19경기에서 한화는 병살타 25개를 쳤다. 경기당 평균 병살타가 1.32개. 나머지 7개 구단의 경기당 평균 병살타가 0.64개이지만 한화는 두 배 이상 많은 병살타를 치고 있다. 두산이 17경기에서 병살타 14개를 쳤지만 평균으로 따지면 0.82개에 불과하다. 병살타에 있어서 만큼은 한화가 압도적이다.
한화의 병살 페이스는 역대 통틀어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역대 한 시즌 최다 병살타를 기록한 팀은 1992년 쌍방울로 126경기에서 138개를 쳤다. 경기당 평균 병살타가 1.10개로 30년 역사를 통틀어 유일하게 경기당 평균 1개가 넘는 팀으로 남아있다. 지난해 133경기에서 124개의 병살타를 친 롯데도 올해 한화의 페이스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상훈(5개)과 장성호(4개)가 리그 병살타 1~2위에 오른 가운데 이대수·최진행(3개) 고동진·이여상·최승환(2개) 강동우·김태균·연경흠·정범모(1개) 등 11명의 타자들이 번갈아가며 병살타를 때렸다. 시도 때도 없이 병살타가 터져나온다. 한 경기에서 2개 이상 병살타를 친 것도 8차례나 된다.
더욱 치명적인 건 병살타가 나오는 타이밍. 병살타 25개 중에서 14개가 2점차 이내 접전 상황에서 나온 병살타였다. 그 중 8개는 1점차 이내에서 나왔다. 주자가 2명 이상 모여있는 상황에서 저지른 병살타마저도 8개. 병살타로 공격이 끊기며 공수교대된 게 16차례에 달하지만, 병살 이후 안타와 볼넷도 각각 4개와 1개씩 있었다. 공격의 연결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병살타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해결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나머지 성급하고 힘이 들어가는 타격을 하고 있는 탓이다. 병살타 25개 중 19개가 잡아당긴 타구였다. 초구를 공략한 것도 무려 7개나 되며 2구 공략 4개, 3구 공략 5개가 뒤를 잇고 있다. 25개의 병살타 중 16개가 3구 이내의 적극적인 타격 결과였다.
올해 한화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18개의 희생번트를 댄 것도 병살타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병살타에 부담을 느낄수록 과감한 타격이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한화에게는 악순환의 반복이 될 소지가 있다. 결국 팀이 이기고 부담을 줄여야 한다. 그 악순환을 끊는 게 지금의 한화에게는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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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