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5실점' 류현진, 그도 괴물이 아닌 사람이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5.03 06: 26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5)은 얼마전 다큐 프로그램에서 야구 꿈나무들에게 "수비 믿고 던지면 안 된다. 네가 이겨야 한다. 무조건 삼진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던져라"고 조언했다. 이 인터뷰는 시즌 초반 류현진의 지독한 불운과 함께 한동안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 인터뷰는 시즌이 개막하기 전이었던 3월말 시범경기에서 이뤄진 촬영이었다. 오히려 류현진은 "형들이 내가 나올 때 더 집중한다. 불만은 전혀 없다. 내가 점수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내 싸움"이라고 의연하게 말한다. 그러면서도 "타자들이 점수 많이 내주는데 싫어하는 투수가 어디 있겠나"며 솔직한 마음도 은연 중에 드러낸다.
그런 류현진이 제풀에 무너졌다. 지난 2일 잠실 LG전에서 5이닝 6피안타 3볼넷 7탈삼진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1회에만 홈런 포함 안타 3개와 볼넷 2개로 5실점. 류현진이 한 이닝에 5실점한 건 지난해 4월8일 대전 LG전 4회 6실점 이후 처음이다. 특히 경기 시작을 알리는 1회부터 5실점으로 무너진 건 처음있는 일이라 더욱 충격적이었다.

첫째로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에 흔들렸다. 1회 1사 1루에서 이진영을 상대로 1~2구 스트라이크를 선점한 뒤 과감하게 승부한 3~4구 바깥쪽 직구에 구심이 외면하자 고개를 갸웃했다. 투스트라이크라는 유리한 볼카운트에도 이진영에게 볼넷을 내준 류현진은 후속 타자들에게 연속 안타와 홈런 맞았다. 어떤 상황에도 무표정한 얼굴로 침착함을 류현진이 그답지 않게 스트라이크존 판정에 흔들린 기색이 역력했다.
둘째로 결국에는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심리적인 압박감이었다. 한화는 1회초 공격에서 1번타자 강동우가 안타를 치고 나가고, 이여상이 희생번트를 대가며 1사 2루 찬스를 만들었지만 4번타자 김태균이 볼넷을 골라냈을 뿐 나머지 두 타자가 범타로 물러나 선취점 기회를 날렸다. 류현진으로서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올해 한화는 희생번트가 18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그 중 6개가 류현진의 선발등판 경기에 집중됐다. 1회 2개와 2회 1개로 초반부터 선발 류현진을 믿고 선취점을 뽑는데 집중했다. 그러나 3번 모두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고, 류현진이 짊어져야 할 부담의 크기가 커졌다. 자신만 믿고 바라보는 분위기는 에이스에게 숙명이지만 류현진에게는 유독 커 보인다.
1회 대량 실점한 류현진이지만 2~3회 수비 실책 속에서도 실점을 주지 않고 5회까지 실점없이 무난하게 막아냈다. 그답지 않게 초반부터 무너졌지만 평정심을 찾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올해 류현진은 마운드에 있을 때 수비 실책이 5개나 나왔다. 브랜든 나이트(넥센·7개) 다음으로 수비 실책을 많이 겪은 투수. 하지만 그 와중에도 실점으로 이어진 1번 뿐이다. 나머지 투수들의 실책 이후 실점 확률이 60.0%라는 것을 감안하면 류현진이 얼마나 야수를 덜 미안하게 하는지 투수인지를 알 수 있다.
'괴물' 류현진이라도 결국은 사람이다. 사람인 이상 지나친 부담이 때로는 독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한화의 에이스' 류현진이 감내해야 할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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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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