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상대성' 활용, 어디가 잘 하고 있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5.03 10: 42

투수의 보직 중에는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가 있다. 좌타자를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좌완 투수를 일컫는다. 좌타자에게 좌투수, 좌투수에게 우타자는 상대성의 스포츠인 야구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그러나 꼭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상대성을 초월하는 선수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잠실 한화전의 LG는 좌우 상대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수준급 좌타자들이 즐비한 LG는 최고의 좌완 류현진을 맞아 선발 라인업에 우타자 6명을 배치했다. 이날 류현진이 맞은 안타 6개 중 5개가 우타자에게 허용한 것. 김재율은 데뷔 첫 홈런까지 터뜨리며 괴물 타도에 앞장섰다. 하지만 이날 김재율의 홈런은 올해 그가 좌투수 상대로 터뜨린 유일한 안타이기도 하다.
올해 LG는 좌투수 상대로 좌타자들이 타율 2할1푼으로 부진했다. 반면 우타자들은 좌투수 상대 타율 2할5푼을 치며 상대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의 LG가 좌투수 상대시 우타자(.246)보다 좌타자(.279) 타율이 더 높은 기현상을 보였기에 올해 결과는 뜻밖이다. 지난해 좌투수에 강했던 박용택(.322→.200)과 큰 이병규(.320→.176)의 대응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좌투수 상대 타수에서 좌타자(143)가 우타자(124)보다 더 많은 것도 하나의 이유. 리그에서 유일하게 좌완 상대 타수에서 우타자보다 좌타자가 많은 팀이 LG다. 좌타자(619)보다 우타자(793) 타수가 많았던 지난해와는 다른 대응방식. 아직 타율은 좋지 못하지만 좌투수에 좌타자를 붙이며 우타자들을 스페셜리스트로 기용하고 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올해 LG는 좌투수가 선발등판할 때 5승3패라는 호성적으로 좌투수 징크스를 극복해가고 있다.
올해 좌투수 상대 타율이 가장 높은 팀은 넥센으로 무려 3할대(.303) 타율을 기록 중이다. 우타자(.316)뿐만 아니라 좌타자(.283)들도 좌투수 공을 잘 때렸다. 두산도 좌투수 상대 타율이 2할9푼2리인데 좌타자(.366) 타율이 우타자(.194)보다 월등히 높았다. 정수빈(.417)과 이종욱(.385)이 좌투수에게 오히려 더 강한 모습을 보였다. 넥센과 두산 모두 좌우 상대성을 초월하며 좌투수에 따른 애로 사항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좌투수 상대 타율이 2할7푼3리로 4위인데 좌타자(.237)보다 우타자(.287)들의 타격이 통한 결과였다. 좌투수 상대 타율이 2할3푼1리로 5위인 삼성은 좌타자(.234)가 우타자(.228)보다 타율이 높은데 좌·우타자 구분없이 좌투수의 공략에 애를 먹고 있다. 좌투수 상대 타율이 가장 낮은 KIA(.215)는 우타자(.256)보다 좌타자(.161)들이 전통적 기준에 맞게 극도로 약하다. SK도 우타자(.235)보다 좌타자(.195)들이 고전해 좌투수 상대 타율 1할9푼5리에 불과하다. 전통적인 좌우 상대성에 근거하는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좌우 상대성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도 크게 달라진다. 한화는 좌완 상대 타율이 2할9푼으로 넥센(.303)-두산(.292) 다음으로 좋다. 좌타자들이 좌투수 상대로 리그에서 가장 높은 3할1푼8리의 고타율을 때린 덕분이다. 고동진(.385) 한상훈(.333) 장성호(.320) 등이 좌투수들의 공을 효과적으로 잘 공략했다.
그러나 한화는 좌투수가 선발로 등판했을 때 4전 전패를 당했다. 이승우·최성훈 등 무명 좌완 투수들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우타자들의 좌완 투수 상대 타율이 2할6푼1리로 좌타자보다 못했는데 우타자들을 중용한 게 결론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데이터를 고려하지 않는 좌우 상대성 활용은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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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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