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캠프'는 어떻게 토크쇼 '대세' 됐을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2.05.03 07: 30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가 요즘 대세 토크쇼로 떠오르고 있다. '힐링'이 시청자의 호평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얼까.
먼저 '힐링'은 타 예능에서 자주 볼 수 없는 게스트 섭외력을 자랑하고 있다. 차인표, 빅뱅, 박진영에 이어 양현석까지 '힐링'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상황. 하지만 프로그램이 승승장구하는데는 게스트 섭외력과 더불어 '착한 토크쇼'를 표방하며 게스트를 무장해제 시키는 MC들의 편안한 매력이 한 몫을 제대로 하고 있다.
이효리는 최근 '힐링캠프' 녹화 후 자신의 트위터에 "거친 듯 자상한 이경규 선배님, 아이 같은 얼굴로 연신 호응해주는 혜진 씨, 무슨 얘기든 다 이해해 줄 것 같은 제동오빠까지... 저 근데 좀 겁나요. 너무 해제하고 얘기했나봐요. 아 어쩌지 테이프 갖고 튈까?"라며 3MC(이경규-김제동-한혜진)에게 무장해제 당한 심경을 고백하기도 했다.

힐링캠프식 무장해제의 시작은 토크 장소로부터 기인한다. 스튜디오 녹화를 지양하고, 게스트의 추억이 깃든 장소에서 토크를 진행하는 것. 이효리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운영했던 이발소에서, 최민식은 대학가 술집과 소극장에서, 박진영은 최근 새로 이사한 자신의 집으로 MC들을 초대해 녹화를 진행했다.
때문에 매주 토크쇼를 진행하는 MC들이 처음 출연하는 게스트 보다 오히려 낯선 환경에 처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지만, 이는 예능프로그램이 익숙치 않을 수 있는 게스트를 편한 분위기로 이끌기 위한 제작진의 배려로 볼 수 있다. 게스트에게 친숙한 장소에서 진행되는 녹화는 자연스레 게스트의 폭풍 입담으로 이어지며 그들을 무장해제 시킨다. 게스트가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되는 토크쇼의 특성상 이같은 '역지사지'의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 3MC의 개성 만점 캐릭터가 더해진다. 박진영은 이들 3MC의 조합을 보며 "프로그램이 정말 오래가거나, 금방 없어질 것 같다"고 까지 말했다. 그만큼 분명한 3MC의 분명한 색깔은 자칫 집단 MC체제에서 겹칠 수 있는 역할을 분담하며 고유의 색을 규정한다.
이경규는 자신의 독설가 기질을 적당히 발휘한다. 자신이 만든 노래 앞에 항상 가사 'JYP'를 넣는 박진영에게 "본인이 꼭 앞에 나대야 합니까?"라며 그 이유를 속 시원히 묻고, JYP 소속 가수들이 누군지 묻는 질문에 박진영이 자신의 이름을 가장 먼저 대자 "다른 사람들은 보통 자기 이름을 가장 마지막에 넣는데..."라며 기분 상할 수 있는 지적을 본인만의 직설 화법으로 소화해낸다.
직설로는 한혜진도 뒤지지 않는다. 박진영이 "26살에 20억을 벌어 JYP사옥을 샀다"고 하자 "싸게 사셨네요"라며 예민할 수 있는 금전적인 부분까지 파고들었다. "오른쪽 얼굴이 더 에뻐서 게스트 자리를 바꿔 달라고 했다. 이런 게 프로정신이다"라고 말하는 이효리를 향해 "전 양쪽 얼굴이 다 괜찮아서..."라고 말하는 한혜진은 할 말은 하는 똑부러진 캐릭터, 그러나 절대 밉지 않은 신종(?) 캐릭터를 구축했다. 홍일점 한혜진의 매력은 여자 게스트가 나왔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한혜진은 남자 MC들 사이에서 자칫 어색해 할 수 있는 여자 게스트들에게 구원자와도 같다. 특히 '힐링'을 찾은 여배우 출연자 엄지원과 오연수는 "혜진이 때문에 나왔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다.
'독설가' 이경규와 '홍일점' 한혜진 사이에서 김제동은 자신을 낮춰 게스트의 매력을 극대화 시킨다. 이효리가 자신을 이상형으로 지목하면서도 얼굴이 너무 아니어서 아쉽다는 발언을 하자 김제동은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냐"며 폭발, "여자들은 늘 이런 식"이라며 자조 섞인 한숨을 지어 녹화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김정운 교수의 "성적으로 억압돼 있다"는 진단에도 김제동은 불만 섞인 이의를 제기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어느 정도 수긍, 경청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자극했다.
3MC의 활약 덕분일까. '힐링'은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6%대까지 떨어졌던 시청률은 최근 들어 10%대로 올라서며 3주 연속 두 자리 수에 머물고 있다. 그 사이 '놀러와', '안녕하세요'를 차례로 제치며 명실공히 월요일 심야예능 최강자에 등극했다.
토크쇼가 전반적인 침체기를 겪고 있는 요즘 '힐링'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힐링'의 세가지 강점, 게스트 섭외력, 편안한 토크 분위기, 3MC의 독특한 캐릭터가 지금의 '힐링'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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