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테이블세터' 됐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5.03 08: 56

타점보다 볼넷이 더 많다. 4번 타순인데도 타점 기회가 오지 않는다. 4번타자가 아니라 테이블세터가 된 모습이다.
오릭스 버팔로스 이대호(30)는 개막 후 26경기에서 10타점밖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볼넷이 15개로 타점보다 더 많다. 볼넷 순위는 퍼시픽리그 전체 3위. 좀처럼 타점 기회가 오지 않는 가운데 출루에 중점을 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로 이대호는 득점권 타석이 27타석밖에 되지 않는다. 양대리그 4번타자를 통틀어 DeNA 알렉스 라미레스(26타석)와 히로시마 닉 스타비노아(26타석) 다음으로 적다. 주자없는 상황은 무려 60타석으로 라쿠텐 호세 페르난데스와 함께 리그에서 가장 많이 주자없는 상황에서 들어선 4번타자다. 그만큼 타점을 낼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이유는 앞선 타자들의 부진이다. 1번 사카구치 도모타카가 타율 2할2푼6리에 출루율은 고작 2할3푼3리다. 2번 오비키 게이지도 타율 2할2리에 출루율도 2할9푼으로 3할을 넘지 못한다. 클린업 트리오의 시작점인 3번 고토 미쓰타카도 타율 2할2푼6리와 출루율 2할4푼8리로 부진에 빠져있다. 이대호에게 최소한의 밑반찬마저 제공되지 않는다.
이대호는 득점권 찬스에서 19타수 6안타 타율 3할1푼6리에 8타점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득점권 찬스가 좀처럼 오지 않으면서 직접 밥상을 차려야 할 상황이 됐다. 이대호는 선두타자로 나온 9타석에서 7타수 6안타 2볼넷으로 놀라운 출루능력을 자랑하며 테이블세터로 만점 역할도 해냈다. 그 중에는 시즌 2호 솔로 홈런도 하나 포함돼 있다. 밥상이 차려지지 않을 때 타점을 올리는 방법은 결국 홈런뿐이다.
이대호는 개막 후 26경기에서 홈런 2개에 그치고 있다. 비단 이대호에게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 저반발력의 공인구 문제로 리그 전체가 홈런 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다. 퍼시픽리그 홈런 1위 그룹의 홈런 숫자가 4개이니 심각한 수준이다. 이대호의 홈런 2개도 퍼시픽리그 공동 6위. 뜻대로 장타 생산이 되지 않는데 득점권 찬스조차 막혀있으니 이대호로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결국 이대호는 테이블세터 역할을 해서라도 팀에 기여하는 쪽을 택했다. 후속 타자 아롬 발디리스가 최근 6경기에서 홈런 4개로 폭발하며 타격감이 좋은 것도 이대호에게도 좋은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올해 9득점을 올린 이대호는 발디리스의 뒷받침 속에 최근 6경기에서 3득점했다. 타점보다 볼넷이 많은 4번타자 이대호로서는 일단 안타와 볼넷으로 출루부터 하는 게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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