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의 맛’과 ‘은교’가 인간의 은밀한 욕망을 과감하게 건드렸다.
‘돈의 맛’은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돈과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그린 영화고 ‘은교’는 70세 시인 이적요(박해일 분)와 스승의 천부적인 재능을 존경하면서도 질투하는 제자 서지우(김무열 분) 앞에 10대 소녀 은교(김고은 분)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심리적 변화와 파국을 담았다.
두 영화 모두 인간 내면 깊숙이 깔려 있는 욕망을 거름종이에 거르지 않고 욕망 그 자체의 결정체를 그대로 보여준다.

임상수 감독은 ‘돈의 맛’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궁금해 하고, 갖고 싶어 하는 돈, 섹스, 권력에 대한 모든 욕망과 집착이 고스란히 담긴 캐릭터들을 통해 인간 본연의 깊은 욕망을 과감하게 파헤친다.
재벌가의 아름다운 이혼녀 윤나미(김효진 분)에게 끌리는 주영작(김강우 분)가 사람들 속의 욕정을 표현한다. 또한 윤나미를 품고 싶으나 백씨 집안의 탐욕스런 안주인 백금옥 여사(윤여정 분)의 유혹을 거절할 권리조차 없는 주영작의 치욕스런 불편함을 그려내면서 백금옥의 모습을 통해 ‘탐욕’의 화두를 던진다.
‘돈의 맛’에서 이러한 욕망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은 돈을 둘러싼 주인공들의 정사신이다.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백금옥 여사와 돈을 탐하는 주영작은 섹스를 통해 서로의 욕망을 해소한다.
‘은교’에서는 이적요가 은교를 욕망하고 서지우는 이적요의 재능을 욕망한다. 이들의 욕망은 먹이사슬처럼 얽히고설켜 결국 자신을 파멸로 몰아간다. 17살의 은교로 인해 죽어있던 욕망을 일깨운 이적요와 천재 시인 이적요의 곁에 끈질기게 머물며 그의 재능을 탐하는 서지우는 안쓰러울 정도다.
‘돈의 맛’과 ‘은교’, 19금이라는 단어 자체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관심이 가는 이유는 재벌가와 천재 문학가, 우리와 동떨어진 인물들의 얘기들을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우리의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 표현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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