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세이브, 그땐 2선발이었어요. 잘 나갈때였죠".
올해 롯데 자이언츠 투수조 최고참인 이용훈(35)은 "뭐든 잘 풀릴 것 같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럴만도 한 것이 이용훈은 벌써 시즌 3승을 거두며 다승 공동2위에 올라있다. 지난달 24일 대구 삼성전에선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고 행운의 구원승을 거두기도 했다.
이용훈이 시즌 초 3승에 더욱 기뻐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2년간 이용훈은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내야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기회로 구슬땀을 쏟았고, 부쩍 좋아진 구위에 양승호 감독도 합격점을 내려 경쟁끝에 5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다.

지난 1일 목동 넥센전에선 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10-0으로 크게 앞선 7회 마운드에 오른 이용훈은 3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야구 규정상 점수와 무관하게 3이닝이상 던져 경기를 끝내면 세이브를 부여한다. 이용훈의 프로데뷔 2호 세이브이자 지난 2005년 6월 26일 사직 KIA전 이후 무려 2501일만에 세이브를 추가했다.
이용훈은 "운 좋게 세이브를 기록했다"면서 "(양승호)감독님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어린 투수들에 공 만질 기회를 줄 수 있는데 세이브를 기록할 수 있게 기회를 주셨다"고 감사인사를 했다.
데뷔 2호 세이브는 큰 점수차에서 나왔지만 첫 세이브는 박빙에서 승리를 지켜냈었다. 당시 이용훈은 8-5로 앞선 9회 1사 1,3루에서 등판해 3루 주자의 득점을 허용하긴 했으나 결국 승리를 지켜내고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했었다. 이용훈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땐 2선발로 정말 잘 나갈 때였다"고 말했다.
당시 롯데는 얇은 투수진으로 인해 1선발인 손민한과 2선발 이용훈이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주전 마무리투수는 노장진. 이용훈은 "그때 노장진 선배가 올스타전을 얼마 안 남기고 구단을 무단이탈 했었다. 그래서 번갈아가며 민한이 형과 함께 선발도 뛰었다가 마무리도 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2005년 이용훈은 시즌 중반까지 탈삼진 선두를 달릴 정도로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노장진의 이탈로 당시 롯데 양상문 감독은 후반기 이용훈을 마무리투수로 낙점했었다. 그렇지만 실제로 이용훈의 마무리 전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마무리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그 분(노장진)이 팀에 복귀를 했다. 그래서 없던일이 됐다"는 것이 이용훈의 설명이다.
그렇게 잘 나갔던 이용훈이지만 그 해 결국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2005년 이용훈은 7승 9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5.01로 시즌을 마쳤다. 잘 던지다 오른쪽 어깨가 말썽을 부린 것이다. 이용훈은 "후반기 어깨 부상이 오면서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후반기에는 좋은 성적을 못 냈다"면서 아쉬워했다.
여러 불운을 뒤로하고 베테랑 이용훈은 올 시즌 롯데의 상승세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그의 '제 2의 전성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 아닐까.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