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 목소리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5.03 19: 55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민규동 감독, 17일 개봉)은 배우 임수정이 날개돋힌 듯 연기를 펼치는 영화다. 영화 속에서 이선균, 류승룡 두 남자와의 삼각로맨스를 펼치는 임수정은 흔히 '임수정'이라고 누군가 말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를 지워버리고 별나고 시끄러운 독특한 여자로 완벽 변신했다.
극중 남편 두현(이선균)을 질리고 물리게 만드는 투덜이 독설가 아내 정인으로 분한 임수정은 두현과 함께 관객들도 숨이 막힐 정도로 쓴소리를 늘어놓는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외모, 완벽한 요리 실력, 때론 섹시하기까지 한 도발적인 면모도 갖추고 있지만, 입만 열면 쏟아내는 불평과 독설은 듣는 사람을 지치게 할 뿐더러 두려움까지 안겨준다. 두현은 이런 아내가 무서워 이혼의 '이'자도 못 꺼낸 채 옆집에 사는 카사노바에게 아내를 유혹해달라고 호소할 정도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가만 듣다보면 이런 정인의 독설이 듣기 싫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조목조목 사람을 면박주고, 때로는 말도 안되는 것들까지 트집잡고, 뚜렷한 주관이 때로는 거만하게 보일 정도로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그녀이지만, '후루룩' 쏟아내는 그녀의 말들은 일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가장 큰 이유는 정인을 연기한 임수정의 목소리게 있다고 여겨진다. 임수정은 수애 등과 함께 충무로에서 목소리가 좋은 여배우로 꼽히는데, 극중 빡빡한 대사를 조목조목 또박또박, 그러면서도 나긋나긋하게 늘어놓는 목소리는 자칫 초반 비호감일 수 있는 정인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데 일조한다. 
"안녕하세요?"라는 말에 "안녕 못해요!"라고 시작해 머리 속에서 꺼내놓는 사회에 대한 온갖 불평들은 빠른 리듬으로 관객들의 귀에 정확하게 꽂힌다. 극중 정인의 말은 빠르긴 해도 목소리가 크지는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투덜이'라 불릴 만큼 불만이 가득하지만 이것이 소위 '징징거린다'라는 느낌이 아니라 '종알댄다'라는 표현에 가깝다. 가끔 '버럭'하는 부분이 있지만, 이 마저도 목소리에 담긴 여성성은 사라지지 않아 사랑스럽다. 정인은 결국 인간관계와 삶에 있어서의 '말'과 '소통'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 만큼 영화에서 말을 하는 방법, 그 말을 전달하는 목소리가 중요하다. 임수정이 모델로 활동하는 화장품 브랜드 역시 듣기 좋은 목소리와 정확한 대사 전달력이 한 조건이라는 것도 임수정의 목소리가 갖는 장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임수정은 2일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시나리오 볼 때부터 걱정이었는데 주변에 나를 좀 잘 아는 영화계 분들이 '넌 대사감이 좋잖니', '넌 딕션이 좋잖아.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한 말을 고스란히 믿었다.그런데 그게 아니더라!라고 전하며 정인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정인이란 캐릭터는 대사감이나 전달력이 나쁘면 도저히 할 수 없던 역할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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