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코가 발견한 디자이너들 ⑥] '옷이 더 예쁜' 기윤하
OSEN 최지영 기자
발행 2012.05.03 17: 04

조각미남 A, 컴퓨터 미인 B, 천상의 여인 C... 이들은 한 눈에 봐도 눈에 뛸 만큼 뛰어난 외모를 가진 배우들이다. 더불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이야기들도 있다. ‘외모 때문에 연기가 가려져.’
이들의 화려한 외모는 분명 큰 장점이지만 때론 그 자신들이 진짜로 보여주고 싶은 내면의 연기도 외모 때문에 묻혀버리는 안타까운 이면이 있다.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4(이하 프런코4)’에서 일명 외모 담당이었던 디자이너 기윤하. 그는 큰 눈망울에 뛰어난 외모뿐만 아니라 ‘손담비 도플갱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손담비 닮은꼴로 시작부터 이슈가 됐다.

방송 내내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고 늘 완벽한 메이크업에 스타일을 보여줬던 디자이너 기윤하. 그래서일까. 언제나 그를 향한 초점은 ‘옷’이 아닌 ‘얼굴’이었다.
▲ “저는 연예인 아니고 디자이너에요”
여자에게 ‘예쁘다’라는 말은 가장 듣기 좋은 칭찬이다. 하지만 디자이너 기윤하에게는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다.
“저도 여자인데 당연히 예쁘다고 해주면 좋죠. 그런데 저는 디자이너예요. 사람들에게 내가 디자인한 옷이 예쁘다는 소릴 듣고 싶어요. 간혹 "쟤는 옷은 별론데 얼굴 때문에 탈락 안 하는 것 같아"라는 얘기를 들을 때면 ‘내 옷을 제대로 보긴 했을까’라는 생각에 너무 속상 했어요.”
실제로 만난 디자이너 기윤하는 TV에서 보여 진 모습처럼 완벽한 화장과 스타일로 인터뷰에 왔지만, 단순히 자기 치장을 즐기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의 모든 행동에는 자기만의 패션 철학이 숨어 있었다.
“패션이라는 것은 그 어떤 분야보다 아름답고 세련된 감각을 필요로 해요. 나 자신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흐트러지는 순간 정신도 나태해져 감각 역시 점점 무뎌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단정한 나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늘 완벽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법. 디자이너 기윤하의 이런 철저한 자기관리는 결국 패션에 대한 열정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것은...
그는 늘 심사위원으로부터 “기윤하 씨는 항상 기윤하 씨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든다”라며 지적 아닌 지적을 받아왔다.
“맞아요. 저는 옷을 만들 때 제가 입고 싶은 옷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요. 하지만 이것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내가 원하는 스타일에 좀 더 발전적인 요소들을 결합시키는 것이 기윤하만의 디자인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저의 성향과 맞는 여자들이 제 옷을 입어주길 원하고요.”
이런 그의 생각이 드디어 빛을 발하며 외모가 아닌 옷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것이 ‘한혜진의 시상식 드레스’ 미션이다. 디자이너 기윤하는 여성미와 섹시미, 우아함까지 동시에 갖춘 드레스라는 호평으로 한혜진의 선택을 받으며 이 미션에서 일등을 했다.
“한혜진 씨의 체형이 저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작은 몸통에 좁은 어깨. 평소 저는 이런 것들이 콤플렉스였기 때문에 나를 대입해서 디자인하다보니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요.” 그의 패션을 향한 고집이 인정을 받는 순간이었다.
▲ 인간의 양면성, 이것이 저의 패션 키워드에요
전형적인 여성스러움을 추구할 것 같은 디자이너 기윤하는 의외로 터프한 면도 있었다.
“저는 전혀 다른 두 가지의 이미지를 섞는 것을 좋아해요. 예를 들면 페미닌한 드레스에 하드한 라이더 재킷을 매치한다거나, 우아한 스타일에 소품은 스터드가 장식 되는 등 상반된 이미지의 믹스매치요. 마치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을 스타일에 담은 것 같아 흥미롭지 않나요?”
그가 준비하고 있는 브랜드 네임만 봐도 콘셉드는 확실히 드러난다. ‘KEE by EEK' 기윤하의 기를 한번은 똑바로 한번은 거꾸로 써놓으면서 이중적인 모습을 표현했다. 그렇지만 그는 디자인을 함에 있어 절대로 빼놓지 않는 요소가 있다. 바로 '여자의 섹시함’.
“여자에게는 천박함과는 전혀 다른 고유의 섹시함이 있어요. 제아무리 보이시한 스타일의 여자라도 우아한 드레스를 입혀놓는 순간 이미지는 한 순간에 변하죠. 이것이 바로 여자만이 가진 섹시함이에요. KEE by EEK는 그런 옷들로 가득 찰 거예요.”
디자이너 기윤하는 예쁘장한 외모와 다르게 깍쟁이도 아니었고 새침한 공주도 아니었다. 오히려 도전과 모험을 즐기고 열정을 가진 화끈한 사람이었다. 그의 열정 앞에 이제 더 이상 외모에 옷이 밀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
Tip. 그들이 말하는 올해의 ‘It style'
“이번 '12 s/s 여성복 트렌드는 레이스와 맥시멀하게 패턴을 조합한 두 가지 양상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실루엣 자체는 클래식하면서도 미니멀하고, 바디컨셔스와 페프럼이 주를 이루고 있구요. 위의 두 가지 조건을 합친 스타일이 제가 제안하는 여성복입니다.”
“남자의 경우 예전 같았으면 부담스러웠을 한 층 짧아진 반바지가 이번 트렌드에요. 무릎 위로 15cm정도 올라온 반바지에 셔츠를 입는데, 이때 셔츠소매를 살짝 걷어주면 정말 스타일리시 할 것 같아요.”
jiyoung@osen.co.kr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4'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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