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임수정의 매력은 대체 어디까지일까?
임수정, 이선균, 류승룡 주연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이하 내아모)'이 지난 2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그 베일을 벗었다.
영화 '장화, 홍련'을 시작으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행복', 최근작 '김종욱 찾기'까지 이전 작품에서 주로 사랑스럽고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왔던 임수정이 이번 영화 '내아모'를 통해서는 수다쟁이 ‘독설녀’ 정인으로 돌아왔다.

정인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외모와 완벽한 요리 실력을 지녔지만 입만 열면 쏟아내는 불평과 독설로 남편 두현(이선균 분)에게 지옥 같은 결혼생활을 선사하는 주인공이다. 매일 수백 번씩 이혼을 결심하지만 아내가 무서워 이혼의 '이'자도 꺼내지 못하는 소심한 남편 두현은 아내가 먼저 자신을 떠나게 하기 위해 이웃에 사는 카사노바(류승룡 분)에게 아내를 유혹해 달라는 대담한 부탁을 할 정도.
얼핏 들으면 ‘남자들의 로망’ 임수정이 악처 연기를 잘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내아모’ 속 임수정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다.
남편 앞에서 아무렇게나 옷을 훌러덩 벗고 방귀도 서슴없이 뀌는 그녀 정인. 내숭이라고는 없는 그녀는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는 남편에게 "싸면서 시집 보는 거 보다 싸면서 먹는 게 덜 이중적이지 않냐"며 과일주스를 내밀고, 남편 직장 상사의 아내에게는 "남들 불편하게 눈치 주는 거 자체가 매너가 없는 것"이라며 독설을 퍼붓는다. 뿐만 아니라 옥상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성기(류승룡 분)를 보고는 그와 경찰서에 동행, "자살도 엄연히 살인죄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자기 권리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럼 살인자에게는 살인할 권리가 있냐"며 따박따박 따지기까지 한다.
영화 내내 그녀는 속사포 대사를 쏟아낸다. 극 초반 정인 때문에 결혼 생활에 환멸을 느끼는 남편의 시점으로 영화가 진행될 때는 물론, 영화 중후반 라디오 DJ가 돼 '연정인이 간다!'라는 프로그램을 맡아 피의뢰인 앞에서 의뢰인 대신 당당히 욕을 퍼부어 주는 카타르시스까지 선사하는 것. 영화에 출연하는 출연진 모두의 대사를 합친 것보다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 엄청난 대사량을 게다가 엄청난 속도로 퍼부어야 하는 임수정은 "대사가 많아 멘붕(멘탈 붕괴)이 왔다"고 밝혔을 정도다.
임수정은 평소 스스로도 자신을 “말이 느린 편”이라고 밝혔기에 과연 역할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임수정은 그 많은 대사를 무리없이 소화해 내는 것을 넘어 맛깔나게 살려냈다.
대사감 좋고 발음까지 좋은 이 여배우는 영리하기까지 했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은 아무리 비호감 캐릭터라 하더라도 이에 그치지 않고 결국 사랑스러워야 하는 사명을 띄고 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임수정은 비호감 캐릭터 연기를 이어가다도 한 순간에 돌변,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하는 입체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이에 대해 류승룡은 "정인 캐릭터가 초반엔 지겹게 느껴지다가 궁극적으로는 사랑스러워야하는데 그 줄타기를 굉장히 잘한 것 같다"며 임수정의 연기를 극찬하기도 했다.
여배우로서 매력의 끝을 알 수 없게 만드는 임수정의 마력과 민규동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 개성 넘치는 두 명의 남자 이선균, 류승룡의 매력, 이 삼박자가 고루 맞으며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오는 1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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