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 모션은 4월 달과 큰 차이가 없이 여전히 느린 편이었다. 다만 출루를 허용한 주자들이 대체로 단독 도루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아니었던 만큼 수월하게 투구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29)가 자신에게 시즌 첫 패를 안긴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설욕의 무실점투를 선보였다.
탈보트는 3일 대구 두산전에 선발로 나서 7이닝 동안 4피안타(탈삼진 1개, 사사구 2개)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3승(1패, 3일 현재)째를 거뒀다. 지난 4월 19일 3이닝 7피안타 5실점으로 첫 패를 당했을 당시 상대팀인 두산과의 설욕전이었던 만큼 의미가 컸던 경기다. 최고 구속은 145km로 평소보다 느린 편이었으나 최고 144km의 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체인지업을 두루 구사하며 두산 타선의 예봉을 꺾었다. 팀은 10-0으로 대승을 거두며 두산전 4연패서 벗어났다.
2010년 추신수의 소속팀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유니폼을 입고 10승을 거뒀던 전력의 탈보트는 시범경기서부터 묵직한 구위와 뛰어난 체인지업 구사력을 인정받으며 마리오 산티아고(SK)와 함께 성공 가능성이 높은 새내기 외국인 선발 투수로 꼽혔다. 그러나 수비 중심이 높다는 점과 주자 출루 시 셋 포지션 투구폼이 느린 편이라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시범경기 초반 탈보트의 셋 포지션 동작은 2.28초에 달할 정도로 굉장히 느린 편이었다. 시즌 개막에 앞서 탈보트의 셋 포지션 동작은 1.5~1.6초대까지 빨라지기는 했으나 이는 여전히 느린 축에 속했다. 2008년 KIA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나와 대단한 구위를 보여줬으나 느린 퀵 모션을 지적받았던 케인 데이비스의 셋 포지션 투구가 1.6초대였음을 떠올리면 탈보트의 셋 포지션이 얼마나 느린지 알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발 빠른 타자를 출루시키지 않으면 주자가 나갔을 때도 확실하게 투구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탈보트는 두산 타자들에게 회의 출루를 허용했는데 5회 2루수 땅볼로 1루를 밟은 지난해 2군 북부리그 도루왕(39개) 허경민을 제외하고는 단독 도루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이었다.
수 차례 견제 동작을 취하며 주자를 묶어 둔 탈보트는 퀵 모션 동작을 그대로 두고 타자와의 대결에 집중했다. 이종욱, 정수빈 등 발 빠른 타자들을 출루시켰다면 자칫 초반에 밀릴 수도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발이 느린 편인 주자들을 출루시켰기 때문에 추가 진루 우려 없이 타자를 일축하는 데 집중할 수 있던 환경이 펼쳐졌다.
결과적으로 탈보트는 올 시즌 최고 피칭을 선보이며 팀의 두산전 4연패 사슬을 끊었다. 일단 준족들의 방망이를 일축하고 자기 공을 유감없이 던진 탈보트는 가장 빼어난 투구로 위기의 디펜딩 챔프 삼성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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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박준형 기자 sou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