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두 번이었다. 그 두 번 역시 찰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포수 정상호(30, SK)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정상호는 지난 3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원정경기에 7회 수비부터 선발 포수 조인성에 이어 마스크를 썼다.
2-2로 팽팽하게 맞서던 상황. 비록 결과적으로 6-6으로 무승부로 끝난 경기였지만 당시 상황은 상대적으로 포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주자가 있을 경우 볼을 뒤로 빠뜨릴 수도 있다. 또 도루를 허용해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다. 블로킹과 정확한 송구 능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정상호는 든든했다. 7회 1사 후 KIA 신종길이 재치있는 3루 기습번트 후 송산 타석 때 도루까지 시도했다. 정상호의 송구는 빠르면서도 정확했다. 2루수 정근우가 볼을 잡으면서 동시에 슬라이딩에 나선 신종길이 자연 태그 아웃될 정도였다.
정규 이닝 후 4-4에서 돌입한 연장전 10회. 역시 1사 후 김원섭이 좌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최희섭이 우익수 플라이에 그쳤고 나지완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자 초구에 김원섭은 도루 시도에 나섰다. 하지만 역시 정상호의 그물망을 뚫지 못했다. 정상호의 송구는 정확했고 김원섭은 2루 베이스에 닿기 전에 태그됐다.
앞선 신종길과 함께 김원섭은 주루 스피드와 센스 능력에서 최상으로 손꼽히는 야수라는 점에서 역시 정상호라는 찬사가 절로 흘러 나올 정도였다.
사실 SK 코칭스태프는 주전 포수 조인성이 아직 단 1개의 도루저지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조인성은 이날까지 10번의 도루를 내주면서도 잡아낸 것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또 최경철을 넥센에 트레이드 시킨 만큼 상대적으로 정상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던 상황이었다. 이날 정상호는 블로킹 역시 제대로 막아내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안심시켰다.
정상호는 지난 시즌 4할3푼8리의 높은 도루 저지를 기록했다. 112경기에서 54차례 도루를 내줬지만 42번을 잡아냈다. 정상호에 견줄 상대는 두산 양의지 정도였다. 양의지는 119경기에서 4할1푼3리(74 허용, 52 저지)를 기록했다. 장성우가 4할4푼4리였으나 64경기 출장에 그쳤다.
송구, 블로킹 등 훌륭한 수비 능력을 지닌 정상호는 이제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야 한다. 또 시즌 직전 뜻하지 않은 왼발목 염좌로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아쉬움을 털어내야 할 때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보여준 도루 저지능력은 최근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는 SK 마운드에 좀더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정상호는 이날 9회 1사 후 여전한 파워 배팅으로 우익수 넘기는 대형 2루타까지 선보여 주전 포수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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