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하나 하나에 숨이 넘어간다. 매번 손에 땀을 쥐고 숨 졸이게 하는 외줄타기 마무리에 벤치는 몇 번이고 엉덩이를 들썩들썩한다. 한화의 외국인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32)를 둘러싼 모습이다.
바티스타는 지난 3일 잠실 LG전에 또 한 번 살얼음 마무리를 펼쳤다. 4-1로 리드한 8회말 2사 1루에서 오르자마자 이병규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주자를 채운 바티스타는 LG의 더블스틸 실패로 한숨 돌렸다. 그러나 9회 서동욱에게 2루타를 맞은 뒤 이대형-양영동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2연패 탈출이 시급한 한화 벤치로서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오지환의 투수 쪽으로 날아간 직선타를 바티스타가 긴 팔로 걷어내 캐치한 뒤 2루 주자 이대형마저 2루 송구로 잡아내 더블아웃으로 고비를 넘겼다. 마지막 타자 박용택을 헛스윙 삼진 처리, 실점없이 세이브를 올렸지만 한화 벤치로서는 잠시 지옥에 다녀온 기분이었다. 바티스타는 1⅓이닝동안 32개 공을 뿌리며 1안타 3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위기 속에서도 이날처럼 어떻게든 막아내는 모습이 더 많지만 매경기 이런 식으로 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 풀타임 첫 해를 보내고 있는 바티스타는 7경기에서 1패3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4.15를 기록 중이다. 8⅔이닝 동안 안타 7개를 맞았지만, 볼넷 9개와 사구 1개를 준 게 뼈아팠다. 삼진 11개를 잡으며 4실점으로 막았으나 매경기 주자들을 내보내며 어려운 경기를 하고 있다. 150km대 초반 빠른 직구를 던지는 바티스타이지만 그에 비례하는 제구난으로 애먹고 있다.
이 같은 바티스타의 제구난은 기본적으로 컨트롤이 썩 좋지 못한 투수이기 때문이다. 바티스타처럼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제구마저 된다면 한국에 있을 이유가 없다. 메이저리그 7시즌 통산 바티스타의 9이닝당 볼넷은 5.3개로 지난해 한국에서 3개월간 기록한 5.5개와 큰 차이가 없다. 올해는 9.3개로 더 많아졌다.
문제는 제구난을 최소화하는데 있다. 바티스타는 "마운드에 자주 올라야 몸이 빨리 풀린다. 너무 오래 쉬면 제구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승패가 관계없는 상황에서도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졸라 한대화감독과 벤치를 당혹스럽게 한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몸은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
기록으로 살펴봐도 바티스타의 말은 일리가 있다. 바티스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일 이내 다시 마운드에 오른 14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0.98에 9이닝당 볼넷이 4.9개였지만, 3일 이상 쉬고 나온 20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3.46에 9이닝당 볼넷이 7.3개로 치솟았다. 올해 기록만 봐도 3일 이상 쉰 5경기에서 9이닝당 볼넷이 10.5개로 2일 이내 기록(6.8개)보다 더 많았다.
결국은 바티스타가 자주 마운드에 오르며 꾸준히 투구 감각을 유지해야 제구난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렇다고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무리를 올릴 수도 없는 노릇. 결국 한화가 이기는 경기를 자주 만들어 바티스타의 등판 간격을 짧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바티스타 개인을 넘어 한화 팀 전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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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